여야가 드디어 미디어법을 놓고 한판 붙을 태세다. 14일 여의도 국회엔 전쟁 전야의 긴박감마저 흘렀다.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선진과 창조의 모임 문국현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한 음식점에 오찬 회동을 가졌다. 한나라당이 설정한 미디어법 상임위 처리 데드라인을 앞둔 마지막 담판이었다.
민주당은 "16일부터 한달간 일정으로 새로운 임시회를 소집하자"고 제안했고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정략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한 채 회동이 무위로 끝난 뒤 한나라당 안 원내대표는 원내부대표들을 대동한 채 김형오 국회의장실을 찾았다.
안 원내대표는 김 의장에게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법이나 비정규직법 등이 제대로 상임위를 통과할 가능성이 없다"며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이에 김 의장은 "안 원내대표가 충분히 말했으니까 공개는 여기까지 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안 원내대표가 의장실을 나오기 무섭게 뒤이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와 부대표단이 의장실을 찾았다. "미디어법을 절대 직권상정해서는 안 된다"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충돌을 피하기 힘든 흐름이다. 첫 충돌은 15일 이루어질 것 같다. 이날 레바논 파병 연장 동의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가 열린다. 본회의 직후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지 않고 본회의장에 남아 점거 농성을 벌일 것이란 얘기가 무성하다. 한나라당 안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당초 여야 모두 본회의장에서 깨끗이 퇴장하기로 약속했다"며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를 마치면 본회의장을 점거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때문에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15일 본회의장 농성을 선택한다면 한나라당 의원들도 본회의장에 남아 맞대응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여야의 동반 본회의장 점거 농성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그냥 나올 것 같지 않다"며 "회기가 끝나는 25일까지 꼼짝없이 본회의장에 잡혀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급기야 제헌절(17일)에 여야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반 농성하는 흉한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 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극적인 의사일정 타결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런 기미를 찾기 어렵다.
여야가 본회의장에서 농성 대 농성으로 맞붙으면 이후 김 의장의 미디어법 직권상정 여부에 정국의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멱살잡이와 고성이 난무하는 추한 본회의장의 밑그림이 조금씩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