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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숭숭 뚫린 靑 인사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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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숭숭 뚫린 靑 인사시스템

입력
2009.07.15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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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핵심부의 의욕 과잉이 부른 인재(人災)."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전격 사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가 내놓은 평가다. 이명박 대통령의 검찰 상층부에 대한 물갈이 의지가 워낙 강해 총장 후보군을 갑자기 아래 기수로 낮추는 바람에 치밀한 검증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이에 따라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4일 "천 후보자의 경우 공직자 재산변동 내역을 신고하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해 있어 그간 공개된 재산의 변동 여부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한 검증이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고 자인했다.

청와대는 평소 민정라인과 인사비서관실에서 고위공무원단에 대한 교차 검증을 실시해 재산변동은 물론, 형성과정까지 광범위한 데이터를 구축해 놓고 있다. 인사를 앞두고 최종 후보군이 정해지면 이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을 통해 위법 및 비리 유무, 재산형성과정 등에 대해 정밀검증에 나선다. 특히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되는 공직후보자에 대해서는 민성수석실 공직기강팀이 강도높은 정밀검증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대통령이 중용할 만한 인사는 상시 검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개각을 하더라도 단시일 내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고 자신해 왔다.

하지만 천 후보자의 사퇴는 청와대가 자신해 온 인사검증 시스템에 결정적 하자가 있음을 입증하는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인사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는 인사 후보자를 복수로 추천해 긍정적, 부정적 측면과 가족을 포함한 재산형성과정의 부적절성 여부까지 모두 보고했었다"며 "이를 두고 현 청와대의 한 담당자가 '부질없는 일을 많이 했더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런 안이함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권에서는 도덕성보다는 실무력, 코드 일치 여부를 너무 중시하는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결국 천 후보자의 사퇴는 검찰 상층부를 향한 이 대통령의 지나친 물갈이 의지, 이에 따른 인사라인의 부실한 검증에서 비롯된 예고된 사고였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검증라인인 민정수석실이 주로 검찰 출신들로 포진 돼있어 친정 선배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지 못했던 것도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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