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곁가지 증세' 말고 감세정책 유보해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곁가지 증세' 말고 감세정책 유보해야

입력
2009.07.15 05:29
0 0

조세정책이 춤추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이곳 저곳서 180도 다른 방침들이 쏟아진다. 한쪽에서는 "부자감세로 세수가 줄어드니까 서민증세로 메우려 하느냐"는 반발, 다른 한쪽에서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조세정책 일관성을 허물 것이냐"는 비판에 움찔하면서 줏대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제라도 향후 조세정책의 원칙과 방향을 확실히 정립하지 않으면, 자칫 만신창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우선 감세정책 기조 철회 여부부터 오락가락한다. "(법인세 및 소득세 추가 인하 유보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6월29일) → "원론적인 입장일 뿐 감세 기조에 변함이 없다"(같은 날) →"내년 법인세 및 소득세 추가 감세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유보하자는 의견, 그냥 진행하자는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7월13일) 등 널을 뛴다. 도저히 같은 사람(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감세'가 MB노믹스의 핵심 중 하나라는 명분에 발목이 잡혀 정부 스스로 혼선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조세정책에 감세와 증세가 마구 뒤섞인다. 감세는 감세대로 유지해야 겠고, 부족한 세수는 어떻게든 메워야겠으니 갖은 증세 방안이 여과 없이 노출된다. "세율은 낮추되 세원을 넓히기 위해 불합리한 세제를 정비하자는 게 무슨 잘못이냐"는 게 정부의 항변이지만, 곧이 곧 대로 받아들이기엔 정부의 증세 행보가 너무 조급하고 거칠다.

우선 충분한 고민 없이 술과 담배 등 외부불경제 품목에 대해 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분위기. 또 비과세ㆍ감면 일몰조항을 대폭 정비하겠다고 했다가 '서민증세' 논란은 피해야겠고 그렇다고 본격적인 '부자증세'도 쉽지 않은 샌드위치 상황에 몰리면서,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몇몇 조항을 없애는 것 외엔 별다른 성과물을 내지 못할 판이다. 전세 임대소득세 도입 방안 역시 이중과세나 전세금 전가 등의 부작용 우려 탓에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렇게 곁가지만 건드려서는 세수 증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점은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다. 괜히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서 조세정책이 뒤죽박죽되고 부작용만 양산할 소지가 다분하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세제의 근간이랄 수 있는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감세 여부부터 분명히 한 뒤 곁가지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감세 뿌리는 그대로 두면서 부족한 세수를 메우겠다고 곁가지 증세를 하겠다고 나서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전 조세연구원장)는 "감세 철회를 하면 정책 일관성이 훼손된다고 주장을 하는데 그건 부작용이 없을 때의 한가로운 얘기"라며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재정 지출 소요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감세정책의 철회를 선언하고 그 다음에 일부 증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