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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사퇴/ 믿었던 구원투수마저…檢, 연이은 '참사'에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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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사퇴/ 믿었던 구원투수마저…檢, 연이은 '참사'에 망연자실

입력
2009.07.15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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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4일 전격 사퇴하면서 검찰은 말 그대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임채진 전 총장이 스스로 물러난 뒤 연이어 벌어진 '참사'라 검찰의 충격은 더욱 컸다.

천 후보자 내정은 검찰 쇄신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직접적 비교는 어렵지만 그는 2002년 '이용호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낙마한 이후 긴급 투입된 이명재 전 총장을 연상시켰다. 이 전 총장은 불의의 피의자 사망 사건으로 중도 퇴진하기 전까지 나락으로 떨어졌던 검찰 조직을 추스르면서 '구원투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이 천 후보자에게 기대한 것도 노 전 대통령 서거 사태 이후 위기에 처한 검찰을 본궤도에 올려달라는 것이었다. 사법시험 세 기수를 뛰어넘는 파격적 총장 인사에 대해 천 후보자의 선ㆍ후배들이 별로 반발하지 않았던 것도 임명권자의 의중뿐 아니라 현재 검찰이 처한 위기 상황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천 후보자가 내정된 지 23일 만에 결국 낙마하면서 검찰은 명예회복은커녕 상처가 더욱 커지게 됐다.

특히 천 후보자가 갖가지 비리 의혹에 시달리다 떠밀리듯 사퇴했다는 점에서 충격의 강도가 한층 세다. 민주당이 "청문대상이 아니라 수사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로 많은 의혹들이 한꺼번에 쏟아졌고, 천 후보자가 이렇다 할 해명을 전혀 내놓지 못하면서 비판에 동조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천 후보자 뿐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가 대대적으로 체면을 구긴 셈이다.

검찰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취임했으면 일을 잘 할 수 있었던 분인데 중도 사퇴하게 돼 안타깝다. 안타깝고 안타깝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재경지검의 한 평검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라 충격적"이라며 "검찰이 또 다시 상처를 입게 돼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짧은 기간 동안 사실상 두 분의 총장이 사퇴한 셈"이라며 "아무 말도 못 하겠고 정신도 없고 기분도 아주 좋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비판하는 시각도 감지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과거 검찰총장 후보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각종 의혹들이 무수하게 제기됐다"며 "도대체 청와대는 그 동안 무엇을 검증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는 반응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한 검사는 "인사청문회를 보고 크게 실망하고 창피했다"며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천 후보자가) 차라리 빨리 결단을 내린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검사들이 '스폰서'나 끼고 다니는 것으로 국민들이 오해할까 겁이 난다"며 "천 후보자의 사퇴로 그런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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