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 8.6%(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로 시작해 6회 방송 때까지 여전히 10%의 벽을 넘지 못하는 시청률. 주말 밤 TV드라마 성적치곤 부진하기 이를 데 없다.
같은 시간대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이 12일 마의 시청률 40%(41.5%)를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820만 관객이라는 대박 신화를 일궜던 원작 영화 '친구'의 명성을 떠올린다면 MBC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성적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원작 영화에 이어 드라마를 지휘한 곽경택 감독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웃었다. "쓴소리는 이미 다 들을 만큼 들어 이제 좋은 일만 남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TV, 너무 쉽게 봤나?"
워낙 담대한 성격의 그인지라 껄껄거린다 생각했지만 그의 웃음 뒤엔 현실적인 이유가 깔려있었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제작비는 78억원. 그 중 3분의 2 가량을 일본에서 투자받았다. 판권도 방송사가 아닌, 곽 감독이 설립한 제작사 진인사가 지니고 있다.
시작부터 수지타산을 쉬 맞출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고, 케이블TV 방영 등 추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 시청률은 낮아도 그는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10%를 넘지 못하는 시청률에 속이 편할 리 있을까. 곽 감독은 "첫 회 시청률이 나왔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겠냐"고 반문했다. "아주 확 깨더라. 그래도 명색이 '친구'인데… 제작발표회 때 그리 기자들도 많이 오고… 설마 10% 못 넘을까 생각했다."
패인은 무엇일까. 그는 "역시 리모컨은 여자들이 들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방송 심의가 불편했다"고도 했다. 영화와는 다른 방송 환경이 시청률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니가 가라, 하와이" "내가 니 시다바리가?" 등 전국민적 유행어가 됐던 대사가 그대로 사용되고, 영화 속 장면이 판박이로 등장하는 등 드라마 전개가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처음부터 매맞을 각오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했다.
"영화와 전혀 다르게 했으면 말도 안 되게 다르다는 비난이 빗발쳤을 것이다. 드라마로 리메이크를 하면 어쨌든 말이 나오게 돼 있다. 원작 느낌을 살리며 새로운 이야기를 하자고 과감하게 결정했다."
■ "아직 보여줄 내용 많다."
곽 감독은 방송가 '선수'들과의 초반 대결에서의 패배도 깨끗이 인정했다. "'친구'를 견제하기 위해 상대 프로그램들이 연장 방송하고, 방송시간을 앞당기는 등 온갖 기술을 발휘하는데 아마추어가 어찌 이길 수 있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슬쩍 억울함을 토로했다. "'베토벤 바이러스' 같은 드라마는 화면에 포스도 있고 대사와 설정이 범상치 않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가 인기를 얻었던 사례를 보면 우리는 왜 그 고생을 하며 촬영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는 5개월 동안 하루 15시간을 강행군하며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 공을 들였다.
부진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으로 보여줄 이야기가 90%나 남았고 그 중 대부분은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내용"이라는 이유에서다. 보이지 않는 시청률인 인터넷 다운로드가 '대박 수준'인 20만건을 상회하고 있는 점도 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정성 들인 화면을 인정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증거다. 이 정도 기본 팬들이 있다면 시청률 15%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자기복제라는 말도 이젠 들을 일 없으니 너무 아옹다옹 시청률 계산하지 않고 즐기려고 한다."
"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친구'를 안방으로 불렀다"지만 곽 감독은 영화 속편 제작에 대해선 손사래를 쳤다. "'친구'에 대해선 이제 원이 없다. 내가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고마해라' 하지 않겠나."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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