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정ㆍ관계 인사들의 만남을 꼼꼼히 기록해온 박 전 회장의 여비서가 처음으로 법정에 증인으로 서게 됐다. 이 여비서가 작성한 다이어리와 탁상용 달력도 관련 공판의 증거로 채택됐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태광실업 비서실 소속 여직원 이모씨는 다음달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홍승면) 심리로 열리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그 동안 박 전 회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인사들에 대한 공판에서 박 전 회장의 진술이 거의 유일한 증거였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이씨가 법정에서 어떤 증언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씨는 2004년 이후 박 전 회장의 전화통화와 약속 등 활동 내용을 다이어리와 탁상달력에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이씨가 작성한 다이어리와 탁상달력은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 과정에서 확보돼 지난해 말 검찰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자료의 내용과 박 전 회장의 진술을 기초로 정ㆍ관계 로비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공판에서 다이어리와 탁상달력 내용 일부를 수사기록에 첨부해 재판부에 제출해 왔지만 직접 증거로 내지는 않았다.
그러자 이 의원 측 변호인은 "자료의 신빙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다이어리와 탁상달력 원본의 공개를 요구했고, 재판부는 이 의원 관련 부분만 공개하고 나머지 내용은 가리는 방식으로 다이어리와 달력을 증거로 제출하도록 했다.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어 파장이 우려된다"는 검찰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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