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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릴레이 인터뷰] <4> 이백순 신한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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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릴레이 인터뷰] <4> 이백순 신한은행장

입력
2009.07.1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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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얼마 전 직원들에게 30년 후를 얘기한 적이 있다. "2040년 신한은행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직원들은 한결같이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2040년이면 갓 입사한 신입 행원들조차 은퇴했을 시기인데…" "당장 5년 후의 일도 알 재간이 없는데 30년 후를 어떻게 예상한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장이 '2040년론(論)'을 꺼낸 이유는 먼 미래를 향한 투자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올해로 창립 27주년(합병한 조흥은행의 역사로 치면 113년이나 된다). 30년이 채 되지 않는, 길지 않은 역사에도 신한은행은 국내 톱 클래스로 성장했다.

지난 30년간 달려온 것처럼 앞으로 30년을 달려간다면, 2040년쯤에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톱 클래스 은행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란게 이 행장의 생각이다. 이 행장은 "그 때쯤이면 우리나라 금융도 자동차나 조선산업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은 갖추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13일 본지 인터뷰에서 단기실적 보다는 미래를 향한 투자를 거듭 강조했다. "지난 분기에 얼마의 흑자를 냈고 이번 분기에 얼마의 흑자를 내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은행들의 무리한 실적경쟁, 무리한 외형ㆍ자산경쟁은 결국 은행 스스로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되지요. 우수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투자, 첨단 서비스와 시설에 대한 투자 같은 쪽에 오히려 경쟁이 많아져야 합니다."

이 행장은 이제 취임 100일을 넘긴 '신입 은행장'이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은행장 중책을 맡은 그는 지난 3개월여를 돌이켜 보며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도 모르겠다"면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수습에 여념이 없는 와중에도 이 행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미래성장동력 발굴이다. "신한은행이 지금까지는 고도성장을 해왔지만 이젠 '성장의 정체'를 걱정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행장이 2040년을 생각하자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이 행장은 미래성장의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해외 비즈니스'를 꼽았다. 그는 "국내시장에서 대형은행끼리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해외영업 확대와 필요할 경우 M&A를 통해 밖에서 성장할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를 맞아 은행들의 해외비즈니스가 주춤한 상태이지만, 블루오션은 결국 미개척 해외시장에 있다는 것이 이 행장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 이 행장은 1980년대 스페인의 조그마한 지방은행에서 M&A를 통해 유럽의 대표적인 상업은행으로 도약한 '방코 산탄데르'를 벤치마킹 모델로 꼽았다. "산탄데르의 성장 과정을 보면 5년간 유럽에서 조그마한 M&A로 역량을 확보하고 이후 5년은 이를 기반으로 성장했지요. 우리도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최소한 10년 이상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이 행장은 아울러 '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객들이 많았던 탓에, 그런 이미지가 굳어져 있는 것 또한 사실. 물론 주된 수익원은 부유층 고객이고, 그런 만큼 이들을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지만, 결코 일반 서민과 괴리된 은행이 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서민고객이 좀더 금융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IT 인프라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점포를 늘리지 못하는 대신, IT서비스를 통해 일반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적극적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이미지 리모델링 작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전 직원이 연봉 일부를 떼어내 400억원을 조성 한 후 중소기업에 지원해 3,000여개 일자리를 만들고, 매달 1만원을 적립해 연간 10억원의 재원을 만들어 소년소녀 가정 등 소외계층을 돕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중장기투자와 미래성장동력 발굴이 중요해도 신입행장으로서 실적부담은 있을 터. 그는 이에 대해 "경기가 불투명해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되어야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당장 순익이 얼마냐 보다는 어쨌든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은 구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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