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판타지가 청춘물이 됐다. 훌쩍 성장한 주인공들의 모습과 러브스토리도 그렇지만, 6편에 걸친 시리즈 중 어느 편보다 짙은 어두움이 아이들용이라기엔 무겁다.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는 2001년 첫선을 보인 해리 포터 영화 시리즈가 완결을 향해 치달으면서 가장 긴장감 높은 대결구도를 보인다.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에서 밝혀지는 중요한 사실들 몇 가지. 먼저 어둠의 세력인 볼드모트가 어떻게 해서 악의 마술을 구사하게 됐는지 드러난다. 볼드모트의 어린 시절과 호그와트의 학생시절을 연기한 히어로 파인즈 티핀, 프랭크 딜레인의 차가운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또한 해리와 볼드모트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모든 것이 끝난다는 선택받은 자의 운명도 드러난다.
내내 악당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호그와트학교 교수로 정체를 모호하게 숨겨왔던 스네이프 교수도 선과 악의 세계 중 어디에 자신이 속하는지를 확실히 드러낸다.
책을 읽지 않은 관객들이 궁금한 것은 혼혈왕자가 누구냐는 점. 우연히 손에 들어온 혼혈왕자의 마법약 책으로 해리는 행운도 차지하지만 곤경에도 처하는데, 그 정체는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밝혀진다.
원작에서 혼혈왕자를 가리키는 'Half-Blood Prince'는 그 주인공의 마법사 엄마 성(Prince)을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우리말로 혼혈왕자로 번역되면서 원어의 중의적 의미가 사라졌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재미 중 하나는 다양한 모습으로의 변신, 빗자루를 타고 펼치는 퀴디치 경기, 기억을 저장하고 재현시키는 펜시브 등 재기 넘치는 마법적 상상력이다. 하지만 속편이 이어질수록 마법에 대한 신선도는 떨어지고 있다. 어둠의 세력이 인간세계에까지 창궐하면서 런던 시내의 밀레니엄 브리지가 무너지는 장면이 가장 손꼽을 만한 스펙터클이다.
대신 이번엔 웃음이 섞인 사랑 이야기가 오히려 눈길을 끈다. '사랑의 묘약'으로 넋을 잃은 론의 모습, 드디어 마음을 확인한 론과 헤르미온느의 키스 장면, 해리와 론의 동생인 지니의 감정 등 러브 라인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실제로 열 살 남짓한 꼬마들이었던 세 주연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해리 포터 역), 루퍼트 그린트(론 위즐리 역), 엠마 왓슨(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역)은 이제 18~20세의 성인이 돼 버렸고, 영화적 장치로도 그 어른스러움을 감추기가 어렵다.
해리 포터와 볼드모트의 최후의 결전은 현재 촬영 중인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로 마무리된다. 2010년 7편, 2011년 8편으로 나뉘어 개봉될 예정이다. 데이빗 예이츠 감독. 15일 개봉.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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