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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환자들은 진실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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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환자들은 진실을 원한다

입력
2009.07.1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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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질병이 악화되어 삶이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싶을까? 가족에게는 사실을 알릴 것인가? 매년 20만 명의 환자들이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 만성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그 가족들도 엄청난 죽음의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맞이할 현실이다.

최근 내가 직접 조사한 것에 따르면, 현대의학으로도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환자의 경우, 우리 국민 10명중 9명은 내게 찾아 올 죽음의 진실을 알고자 한다. 환자들은 의사로부터 직접 듣고 싶어 한다.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갖고 싶기 때문이며,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기회가 필요한 때문이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어느 할머니는 가족에게 "너희들 나를 속일 생각 마라. 나도 정리해야 할 게 많이 있지 않느냐. 치료도 내가 알아야 협조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하니까 그제야 알려 주었다고 한다. 중년의 한 남자는 "요즘은 정보가 많은 상황이라 환자도 모를 리가 없고, 보호자가 간접적으로 알려 주면 뭔가 숨기는 것이 있나 의심하게 된다"며 의사가 직접 설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런 환자들을 상대로 더 자세히 조사해 보면, 말기라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린 경험이 있는 열 가족 중 여덟 가족은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고 말한다. 알리지 않았던 가족들은 환자가 떠난 뒤에야 후회하기도 한다.

가족들은 대부분 의사의 설명을 들은 반면 환자는 절반만이 자신이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알고 있는 환자도 모두가 의사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것은 아니다. 가족에게서 전해 듣기도 하고 어떤 환자들은 상태가 악화되어 짐작하게 된 경우도 있다. 현실은 그렇다. 환자가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아는 것이 진정으로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아 가족들은 망설인다. 더 이상 치료가 무의미함을 알고 있지만, 굳이 희망과 기대까지 꺾을 필요는 없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가족도 있다.

환자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 의사들은 가족들이 거부할 때는 곤혹스럽다. 이론상 환자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해야 하면서도 심리적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가족들이 반대할 경우 진실을 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고민스럽다. 그렇다고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에게 오래 살 것이라는 거짓된 희망을 주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중에 그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환자는 오히려 더 큰 좌절과 심적 고통을 경험할 수 있고 중요한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환자 가족들이 늘 고민하는 것은 진실을 알림으로써 큰 충격을 받거나 빨리 세상을 떠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내 조사 결과로는 잔여 수명은 똑같다. 부정과 분노, 타협과 우울의 과정을 반복하지만, 진실을 받아들이는 데 누구나 겪는 일시적 과정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가족의 사랑과 믿음, 의료진의 배려와 희망이 환자에게 큰 힘이 되며 고통을 일찍 극복하게 한다. 오히려 알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진실이 때로는 두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삶을 파노라마처럼 다시 펼쳐보며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조명하고 우리의 삶을 의미 있는 삶으로 완성하는 시간은 중요하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그 동안 고마웠다', '함께 한 시간이 행복했다', '사랑한다'고 말할 여유를 환자와 가족들이 꼭 가져야 하지 않을까?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 ·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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