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에서 볼을 치던 이색 경력의 소녀가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13일(한국시간)열린 US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지은희는 남다른 골프경험을 갖고 있다.
지은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수상스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아버지 지영기(53)씨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경기 가평이 고향인 지은희가 당시 수상스키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북한강을 향해 샷을 날렸고 연습공이 다 떨어지면 아버지가 물 속으로 뛰어 들어 공을 주워온 것.
지영기 씨는 "옛날 이야기다"면서도 "지금은 내가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지만 당시에는 수상스키장을 운영하면서 딸의 연습 모습을 지켜 봤다. 물 위에 뜨는 공도 있어 공이 다 떨어지면 강물에 들어가서 공을 주워 왔다"고 말했다. 지은희는 물 위에 띄워 놓은 표지판을 보고 샷을 날렸다.
지은희는 골프 입문 6개월 만에 아마추어대회에서 2위를 차지할 만큼 재능을 타고 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02년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며 주니어무대 강자로 자리를 굳히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프로에 진출해서는 최나연, 박희영, 신지애 등에 밀려 2년 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 2007년 2승을 거두며 우승 갈증을 풀었다.
2008년 LPGA투어 시즌 풀시드권을 획득한 지은희는 그해 6월 웨그먼스LPGA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키 162㎝인 지은희는 올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44.3야드로 108위의 단타자.
이번 우승의 원동력에 대해 그는 "2주전에 캘러웨이 드라이버를 교체했고, 각도도 원래 8.5도에서 7.5도로 바꿨다. 그동안 공이 많이 뜨고 런이 없어 고민이었는데 바꾼 뒤 방향성과 거리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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