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스톡홀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럽 3개국 순방의 성과와 의미, 주요8개국(G8) 정상회의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정상간 대화내용 등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타결된 이번 순방을 성공작으로 자평했으며 대북 강공으로 북핵을 포기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
이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이 한국을 높이 평가하는 발언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간담회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디 가서 연설할 때 꼭 한국 이야기를 한다"면서 "이번 회의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 사람인 내 아버지가 1950년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당시 케냐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보다 높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한국의 발전상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ㆍ캐나다 정상회담에서 스티븐 하퍼 총리가 '내년에 캐나다가 G8 의장국인데, 한국과 협조해서 잘 하자'고 먼저 얘기를 하더라"면서 "G20회의를 할 때도 의장국인 한국과 G8 의장국인 캐나다가 함께 잘하자고 말해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G8 회의 때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아프리카에 대한 식량생산 기술 및 인프라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내 발언에 감동을 받았는지 갑자기 내 손을 확 잡고 한참 흔들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 아파트 가격
이 대통령은 스웨덴 아파트가 에너지 절감형으로 검소하게 건설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 아파트가 너무 고급화돼 있어서 불필요한 쪽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분양 단가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집 없는 사람이 그 (높은 분양)가격으로는 살 수가 없지 않느냐"면서 "공직자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스웨덴의 친환경 녹색도시 함마르비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건설 시 불필요한 고급 자재를 많이 써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향후 주택시장과 건설업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대북 노선
이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우리가 강하게 나오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고 회담에 나오게 하는 목적"이라며 "제재나 견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에 강하게 해서 회담에 나오도록 하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러 정상회담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앞으로 한국과 적극 협력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과거와 같은 관계로 대하지 않을 것이고, 유엔 안보리 결의도 앞장서서 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세계가 다 강한 견제를 하는데 한국만 다른 소리를 내면 안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북지원금의 핵무기 개발 전용 의혹과 관련, "우리는 북한을 도우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북한이 핵무장으로 나왔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의혹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 "G8 회의에서 북한의 식량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핵무기를 만드는 나라가 무슨 기아냐고 할까 봐 말을 꺼낼 수 없었다"면서 "이제까지 국제사회에서 한번도 북한을 나쁘게 이야기한 적이 없었고, 말을 하더라도 핵만 포기하면 중국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좋은 말만 해왔다"고 소개했다.
스톡홀름=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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