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거대경제권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EU에 앞서 FTA를 체결한 미국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회 비준절차에 발목잡혀 있는 한ㆍ미FTA에도 탄력이 붙으리라는 기대도 해볼 수 있다. 미국 뿐 아니다. 미국에 이어 EU와도 FTA 타결이라는 큰 숙제를 해치운 우리 정부가 앞으로 FTA를 통한 경제적 국경 해체의 타깃을 어디에 둘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EU는 우리에게 미국보다 더 크고 중요한 무역 파트너다. EU와 세계경제에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ㆍEU FTA에 추월당하는 상황이 달가울 리는 없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13일 브리핑에서 "한ㆍEU FTA가 내년 상반기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로선 한ㆍEU와 한ㆍ미FTA 중 어떤 것이 먼저 발효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한ㆍ미FTA 진행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8조3,941억달러로 미국(14조2,646억달러)을 넘어선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 아울러 한국과 교역규모(2008년기준 EU 928억달러>미국 847억달러)나 한국에 대한 투자(2007년기준 EU 43억3,000만달러>23억4,000만달러)에서도 미국보다 큰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ㆍEU FTA가 GDP를 3.08% 끌어올리는 등 한ㆍ미FTA(GDP 1.28% 제고)보다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다 FTA발효에서 추월당하면서 시장선점 효과마저 누릴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있어, 미국 내에서 한ㆍ미FTA 조기 비준의 필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준동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특히 서비스 분야처럼 EU와 경쟁이 치열한 업계를 중심으로 미국 내에서도 한국과의 FTA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중국과의 FTA 협상 여건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일본은 한국과의 FTA 추진에 더욱 몸이 달아 협상 재개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EU의 관세장벽이 사라지고 나면 유럽의 정밀화학ㆍ기계류 등이 한국시장에서 일본제품의 점유율을 더 뺏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FTA협상 재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일본이나 중국과 FTA를 추진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와 입장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 따라서 한ㆍ일, 한ㆍ중 FTA 논의에는 기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또 현재 우리나라가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페루 걸프협력이사회(GCC)와 벌이고 있는 FTA협상은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다음 FTA 대상으론 자원외교 차원에서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등 자원강국과 FTA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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