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3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고가 아파트 매입을 위한 자금 차용 등 각종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은 천 후보자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아파트를 28억5,000만원에 구입할 당시 친인척과 기업인 박모씨로부터 총 23억5,000만원을 차용한 경위 및 천 후보자와 박씨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야당의 쉴 새 없는 의혹 제기에 천 후보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진땀을 흘렸다. 반면 한나라당은 직무 적합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천 후보자를 엄호했다.
특히 유일한 증인으로 채택된 박씨가 불출석한 게 문제였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여야 합의로 박씨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키로 의결했다. 그러나 박씨가 8일 일본으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도적 도피성 출국" "국회 무시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포문은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열었다. 박 의원은 천 후보자에게 15억5,000만원을 빌려 준 박씨와 관련, "천 후보자가 2004년 8월 9일 박씨와 같은 비행기로 일본에 다녀 왔다는 기록이 있다"며 "두 사람이 함께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온 증거"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10년 전 소개로 만나 가끔 연락해 온 사이"라는 천 후보자의 해명을 반박한 것.
박 의원은 "2004년 당시 박씨와 천 후보자 부인이 3,000달러짜리 샤넬 핸드백을 같은 곳에서 구입했고, 2008년 2월 설 연휴에도 천 후보자 부부와 박씨가 일본을 다녀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천 후보자는 "당시는 휴가철로 기내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았지만 같이 탄 기억은 없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공세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박 의원은 천 후보자가 동생 성훈씨에게 5억원을 빌렸다는 해명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이 입수한 서울시 납세 자료에 따르면 성훈씨가 세금을 체납했는데 그 이유가 '재산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박 의원은 "세금도 못 내는 사람이 어떻게 5억원을 빌려 줄 수 있냐"고 따졌다. 천 후보자가 "동생에게 확인했더니 전산처리가 잘못됐다고 했다"며 "소득세는 낸 걸로 알고 있다"고 하자 박 의원은 "서울시 자료가 잘못됐다는 말이냐"고 되받았다.
이밖에 아들의 고교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한 것과 지인 석모씨로부터 리스 승계했다는 고급승용차가 승계 계약 전부터 천 후보자의 아파트 주차대장에 등록된 사실, 이 승용차에 부착된 백화점 주차우대 카드가 천 후보자의 윗동서의 것이란 점도 밝혀졌다. 석씨의 아들이 사용했다는 승용차를 승계 전부터 천 후보자 가족이 이용해 온 점이 드러난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검사 생활 24년 동안 재산이 14억, 15억원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은 청렴하게 살아 왔다는 증거"라고 천 후보자를 엄호했다.
천 후보자는 '공안통' 경력과 관련한 지적에 대해 "권위주의 시절 부정적 의미의 공안과 내가 근무한 시절의 의미는 다르다"고 반박했으며, 피의사실 공표 등 수사관행에 대한 비판과 관련, "수용할 점은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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