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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치와 무관한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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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치와 무관한 무상급식

입력
2009.07.1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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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교육위원회가 50% 삭감한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안을 결국 경기도 의회가 전액을 삭감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교육청 관할지역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도의회의 86%나 차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학생 수 300명 이하 소규모 초등학교에 대한 무상급식 계획을 백지화하는 대신, 저소득층 중식 지원비 102억 원을 추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와중에 경기도 의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이 도의회 로비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국회와 다름없는 정치 다툼

여의도 국회와 별반 다를 바 없게 보여 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경기도 교육위원회에서 내린 50% 삭감 조치가 있은 때부터 항간에는 신임 김상곤 교육감에 대한 정치적 발목잡기라는 지적도 대두한 바 있다.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의 새로운 심의 내용을 두고서도 '면피용'이라는 비난도 있다.

이러한 지적과 비난은 전혀 근거 없지 않다. 왜냐하면 이번에 경기도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새로 조정한 예산이 사실상 교육위에서 다루어졌어야 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71억의 교육청 예산안을 85억으로 삭감하기로 결정한 의원들의 논리도 설득력이 없었으며, 교육 정책적 대안에 대한 성실한 검토과정도 보이지 않았다.

무상급식에 반대한 교육위원들은 아마도 무상급식 정책이 지니고 있는 '포퓰리즘적' 성격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하지만 우리보다 더 잘 사는 선진국에서조차 무상급식 프로그램이 적지 않게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 대립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교육적 풍토와 교육적 이상 사이의 차이에서 왔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비록 방학 중에만 시행되지만, SFSP(Summer Food Service Program)이라는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급식 제도가 있고, 영국도 이와 유사한 '슈어 스타트(Sure Start)'가 있다. 공교육 전통이 강한 유럽 대륙의 경우, 무상급식은 더욱 폭 넓게 실시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의무가 오랜 전통이기 때문에 '교육의 수익자 부담 원칙'이 오히려 낯선 용어에 가깝다. 따라서 무상급식은 '보편 복지'의 원칙에 자연스럽게 부합되는 제도다.

교육비 중에서 대부분을 학부모에게 부담시키는 우리나라에서 무상급식 문제는 국가의 '시혜'의 차원이기에 '보편 기초 복지' 보다는 사회적 효율성 및 효용성이라는 새로운 준거에 따라 고려되고 있다. 아울러 문제를 이해하는 데 고려해 볼 사항이 더 있다.

먼저, 무상급식 제도는 단지 초등학생 점심 한 끼를 해결해주는 문제가 아니라 종합적인 학교 교육프로그램의 틀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급식제도는 학교 수업 보충과 또래 활동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급식지원과 함께 건강, 학습활동 등과 같은 통합적인 아동 서비스가 수반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기초적인 아동복지 차원의 사안인 급식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우리의 현 상황은 지극히 후진적이다.

후진적 논쟁 벗어나야

또한 학생 무상급식은 확대된 현대 학교의 기능을 반영하고 있는 제도로 이해해야 한다. 급식 자체가 교육의 과정이라는 당연한 사실 말고도, 학교가 부모의 사회 경제적 활동을 보조해주는 탁아 기능의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이다. 1966년 미국에서 시행된 아침급식 제도가 이러한 배경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학교 무상급식 제도는 현재 정부가 방향 전환한 서민경제 대책에 자연스럽게 포섭될 수 있다.

갈등이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되려면 정치적인 대립이 아닌 교육적 차원에서 다루어야만 한다. 교육 정책 당국자와 관련 단체는 학교급식제도를 효율적인 학교 교육프로그램이라는 넉넉한 안목에서 고민해주길 바란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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