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세계 최대 시장의 문이 열렸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184억달러 규모의 대(對) EU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만큼 평균 4% 수준인 EU의 관세까지 없어지면 전체 경제에는 이득이 될 것으로 산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업종별로는 다소 명암이 엇갈려 자동차와 가전, 섬유 분야는 '맑음', 소재를 포함한 화학과 기계류, 제약분야는 흐림'으로 요약된다.
최대 수혜 업종으로는 자동차가 첫손에 꼽힌다. 작년기준 EU의 자동차 수요는 1,474만대로 미국(1,319만대)보다 많은 세계 최대 시장이다. 특히 관세도 미국(2.5%)보다 높은 10%(승용차)로, 협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관세가 사라질 경우 한국산 차량이 그만큼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상용차에 대한 EU의 관세는 22%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적용하고 있는 8%의 관세도 사라지게 돼 중대형 중심의 유럽 고급차들이 국내시장 점유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제품도 대표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반도체를 제외한 전자제품은 우리나라가 지난해 EU와 교역한 업종 가운데 가장 많은 163억 달러의 흑자를 거뒀다. EU는 TV 및 TV용 브라운관에 14%, 냉장고 1.9~2.5% 등 주요 가전에 약 2~14%까지 관세를 매기고 있다. 관세 철폐로 전체적인 경쟁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나 휴대폰 등 통신기기, 반도체 관련 상당수 품목은 1997년부터 세계무역기구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어 이번 협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섬유도 '실' 보다는 '득'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이다. 업계는 섬유분야 평균 관세율이 다른 산업보다 높은 7.56%로 관세철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EU 내 선진국 뿐 아니라 동유럽 시장 접근 기회가 확대됨에 따라 섬유 수출시장 다변화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EU 의류제품에 부과하는 8~13%의 관세도 함께 없어져 유럽산 고급 의류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EU가 비교우위에 있는 화학, 제약, 정밀기계 분야 등의 국내산업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EU와의 교역에서 25억달러의 적자를 본 화학업종의 적자폭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EU는 전세계 화학산업 매출의 30%(2005년 기준)를 차지하고, 세계 30대 화학기업 가운데 쉘(Shell), 바이에르(Bayer) 등 13개를 보유한 '화학 제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EU 관세율이 평균 4.5%로 우리나라 6.87%보다 낮아 우리 측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또 2006년 현재 의약(55%), 화장품ㆍ향료(35%), 농약(30.8%) 등 수입 정밀화학 시장에서 평균 약 30%를 차지하는 EU 제품의 국내 진출도 확대될 전망이다.
일반기계류도 FTA 체결 후 무역역조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EU는 일반기계 전체 22개 품목 가운데 식품가공기계ㆍ종이제조기계ㆍ농기계 등 13개 품목에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다. 국내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철강, 조선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제품 상당수가 2004년 우루과이라운드 관세협상에 따라 이미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고, 선박도 서로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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