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구의 상대빈곤율이 지난 20년간 두 배 가량 높아졌다. 소득 수준이 일정 수준 이하인 절대빈곤층도 2000년대 이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붕괴한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면서 양극화, 그리고 빈곤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우리나라 빈곤 변화 추이와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2인 이상 도시가구 중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 중앙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 2008년 도시가계 4인가구 354만원)의 50%에 못 미치는 비율인 상대빈곤율이 지난해 14.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상대빈곤율은 2007년(14.4%)에 비해서는 소폭 낮아졌지만, 저점을 기록한 1990년 이후 근 20년 가량 추세적으로 상승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7.6%(90년) →9.8%(95년) →10.5%(2000년) →13.8%(2005년) →14.3%(2008년) 등 상승폭도 매우 가파르다. 90년 당시와 비교하면 지난해 상대빈곤율이 두 배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빈곤층 뿐 아니라 상류층도 늘어났다.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의 150% 이상인 상류층 비율은 90년 18.2%에서 지난해에는 22.4%로 4.2%포인트 상승했다.
빈곤층과 상류층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중산층의 두께는 상당히 엷어졌다. 중위소득의 50~150% 사이에 있는 중산층 비중은 이 기간 74.2%에서 63.3%로 10%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소득에 못 미치는 절대 빈곤층 비율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2000년 중위소득의 50%에 물가지수를 감안한 빈곤선(작년 4인 가구 기준 월소득 177만원)을 밑도는 가구의 비중으로 산출된 절대빈곤율은 2003년 이후 6년째 9%대에 머물고 있다. 2000년 10.52%에서 2001년 9.64%, 2002년 8.50%로 하락하는가 싶더니 그 이후 9.28%(2003년) →9.82%(2005년) →9.18%(2007년) →9.05%(2008년) 등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빈곤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원인에 대해 보고서는 소득분배의 개선 없는 성장을 지목했다. 유경준 KDI 선임연구위원은 "시계열 분석 결과 현재의 분배 구조 아래서 빈곤을 감소시키는 성장률인 빈곤동등성장률(PEGR)은 2000년 이후 일반성장률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며 "성장이 빈곤 감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소득불평등도가 빈곤 감소를 저해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상대빈곤율이 점차 확대되고 절대빈곤율 감소세가 정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성장률 하락으로 빈곤을 많이 줄이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소득분배 악화로 빈곤을 늘리는 효과가 커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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