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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소설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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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소설가라니…

입력
2009.07.1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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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영화를 준비하는 세 명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영화의 가제는 '사랑해'. 주인공 직업이 바로 소설가였다. 연출과 조연출,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무더운 여름, 날 찾아온 건 다름아닌 소설가가 어떤 사람인지 관찰하러 온 거였다. 그렇다면 소설가라는 직업 때문에 실연당하는 이야기인가. 누가 배우자나 연인으로 소설가를 좋아하겠는가. 배우의 나이는 내가 데뷔를 하던 딱 그 나이였다.

그 겨울, 젖먹이 아기와 잠깐 졸다가 당선 통보를 받았다. 졸음이 번쩍 달아날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는데도 전화를 끊고 나자 너무도 큰 열망이 지어낸 낮꿈 아닐까 의심하느라 마음껏 기뻐하지도 못했다. 그날로부터 13년이 흘렀다. 맹목적이던 열망으로부터 숱한 날들이 지나갔다. 그 나이 또래의 소설가라면 연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책은 몇 권이나 출간하게 되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세 사람에게는 불안을, 한 사람에게는 현실 확인을 시켜주는 자리로 끝나고 말았다. 소설이나 연출이나 배우나 고민은 다 비슷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설 무렵 연출자는 영화의 제목이나 주인공의 직업 중 하나를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며 난처해했다. 영화의 내용은 스물아홉 살 갓 데뷔한 소설가가 찾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였다.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따끔하게 꼬집은 건 바로 나였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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