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학을 졸업한 안무가 나연우(24)씨는 자칭 '프리랜서 백수'다. 독립영화나 연극의 안무를 맡아 용돈은 벌지만,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들고 발표할 형편은 못 된다. 연습실을 구하는 것부터 함께 작업할 동료들을 섭외하고 무대를 얻어 공연하기까지, 혼자 힘으로 돈과 시간과 노력을 바쳐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CJ문화재단이 6월 서울 마포구 신정동에 문을 연 CJ아지트(azit)는 나씨처럼 젊은 예술가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해보라며 창작을 지원해주는 곳이다. 연습실 겸 공연장을 갖춘 이곳에서 나씨는 CJ아지트의 창작 지원 프로그램인 '예인계주'에 선정돼 11, 12일 '이상한 계절 ver. 여자'를 발표한다.
"혼자 연습할 때는 암울 그 자체였죠. 막막하고 외롭고 힘들고. 사회 초년생이나 마찬가지인 저처럼 젊은 예술가들이 자기 작품을 발표하기는 참 어렵거든요. 아직 내놓을 만한 경력이 없어서 창작 지원을 받기도 힘들고. 여기 오니까 든든한 버팀목을 얻은 기분이에요."
CJ아지트는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아지트(agit)다. 장르와 경계를 넘어 온갖 실험과 도전을 환영하는 곳이다.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없앴다. 선정된 예술가들에게는 제작비와 스태프도 지원한다.
창작의 A부터 Z까지 담는 인큐베이터를 표방, 작품의 구상 단계부터 개발, 완성까지 돕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쇼케이스를 통해 관객에게 선보이고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직 작품을 많이 만들어보지 않은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은 어설프고 미숙할 수 있다. CJ아지트의 김선아 프로듀서는 "가능성을 보고 지원하는 것"이라며 "어떤 작품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저 믿고 기다리면서 돕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나씨의 작품으로 시작하는 '예인계주'는 CJ아지트가 본격적인 작품 개발에 나서는 첫 프로그램이다. 이 작품에 음악으로 참여하는 국악그룹 '숨'이 다음 번 주인공이고, 숨이 함께 작업할 미디어 아티스트가 그 뒤를 이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작품을 내놓는 형식이다.
CJ아지트의 창작 지원 프로그램은 '예인계주'를 포함해 일곱 가지다. 젊은 예술가들의 공동작업인 '유유상종', 같은 주제로 다른 표현을 해보는 '동상이몽', 이들의 작업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멘토를 연결해주는 '화룡점정', 즉흥 프로젝트 '단도직입', 워크숍 프로그램 '일취월장', CJ아지트를 채울 작품이나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황당발칙'이 있다.
'황당발칙' 프로그램은 8월 20일까지 공모한다. 연극, 무용, 음악, 복합장르 등 영역에 상관없이 예술가든 아니든 누구나 응모할 수 있으며, 꼭 황당하고 발칙하지 않아도 새롭고 도전적인 것이면 모두 환영한다.
CJ아지트의 프로그램 일정은 10월까지 꽉 차 있다. CJ문화재단이 해온 'CJ 영 페스티벌'을 통해 배출한 젊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일단 구성했다. 그 다음은 신청을 받아서 문을 더 활짝 열 계획이다.
벌써부터 "나도 여기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젊은 예술가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이 만든 작품의 공연을 보려면 홈페이지(www.cjazit.org)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1인 4매까지 선착순으로 티켓을 준다. 관람은 무료. 문의 (02)3272-2616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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