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미래는 아프리카인에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해 아프리카 국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것을 주문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취임 후 처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순방길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아크라에 있는 가나 의회 연설에서 "내 몸에는 아프리카의 피가 흐른다"고 동질성을 강조하며 말문을 열었다. 오바마는 "과거 식민주의의 잔재가 아프리카 대륙의 유혈분쟁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면서 "아프리카가 전세계 정치역학 관계상 주변부에 머물러있다는 인식을 과감하게 떨치고 좀더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바마는 특히 "지금이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깨우칠 변화의 적기"라며 "아프리카는 역량 있고 신뢰성 있으며 투명한 제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재자가 아닌 강력한 민주주의적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의회 연설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존 아타 밀스 가나 대통령과 만나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프리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아프리카는 세계 경제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나의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높이 평가하면서 가나를 아프리카 대륙의 성공 모델로 꼽기도 했다. 아타 밀스 대통령은 이에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은 가나의 민주적 성과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신호와 격려를 보낸 것"이라고 화답했다.
가나 국민 역시 성조기, 가나기를 흔들며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열렬하게 환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가나 방문에 앞서 가나, 케냐, 나이지리아 등의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으로 글로 남겨달라고 요청, 아프리카인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백악관은 "5,000명이 빈곤을 퇴치해달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주요8개국(G8) 정상회의를 마친 뒤 영적, 유전적 고향인 케냐가 아닌 가나를 방문해 관심을 모았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가나는 정치적 과도기의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 정착국가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서 "오바마는 이번 방문을 통해 쿠데타와 분쟁이 판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민주주의의 이행을 요구하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가나는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한 아타 밀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두 번 연속 여야가 뒤바뀌는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내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 성숙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 평가받고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석유 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지하자원이 풍부한데다 미국의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도 감안했다는 게 CSM의 분석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가나 의회 연설에서 또 다시 한국을 언급했다. 그는 "내가 태어났을 때 케냐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보다 1인당 경제규모가 더 컸었다"면서 "그러나 이들 나라는 이제 완전히 추월 당했다. 질병과 갈등이 아프리카 대륙을 황폐화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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