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친(親) 서민 행보가 속도를 내면서 조세와 금융정책도 유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금융위기 이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감세 정책은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암초를 만나 증세 쪽으로 빠르게 선회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조세 저항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증세 효과도 빠른 주세와 담뱃세부터 손을 대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물론 '서민정당'을 지향하는 한나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반면 고소득자 및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ㆍ감면 축소에는 당정 간 이견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정은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80여개 비과세ㆍ감면 조치 중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주로 혜택을 보는 항목을 폐지 또는 축소키로 하고 현재 선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주 중 당정 협의를 통해 비과세ㆍ감면 축소 대상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정책에서도 "금융규제의 전봇대를 뽑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주택담보대출 억제와 금융기관 건전성 강화 등 금융규제 강화 방안이 적극 논의되고 있다. 역시 MB정부의 서민중시 정책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되는데,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3일 시중 은행장들과 취임 후 두 번째 간담회를 갖는다. 첫 간담회 때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등 굵직한 정책들을 쏟아낸 만큼, 메가톤급 금융정책이 또 나올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려 있다.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여부도 관심사.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EU 의장국인 프레데릭 라인펠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한ㆍEU FTA와 관련한 중대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타결 선언이 나올지, 협상 종결 선언이 나올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2분기 실적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미국증시의 IT업종과 금융업 대표주자인 인텔(14일)과 JP모건체이스(15일)가 실적을 발표한다. 미국 주요기업의 2분기 순익은 작년 동기보다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 분기에 비해 회복 조짐을 보인다면 지난주 부진했던 주가 흐름이 상승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 '인터넷 공룡' 구글(16일)의 2분기 성적표도 향후 IT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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