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250억원 상당의 위조수표를 이용해 기업을 인수ㆍ합병하려 했던 간 큰 교도소 동기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지난 5월 거의 동시에 출소한 김모(45)씨와 박모(45)씨는 위조수표를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려는 계획을 세운 뒤 사채업자를 통해 100억원권과 150억원권 위조수표를 구하는데 성공했다. 100억원권은 200만원짜리, 150억원권은 15만원짜리 수표의 액면가를 지우고 다시 써넣는 수법으로 위조된 것이었다.
이들은 코스닥 상장사인 S사를 인수하려던 K씨에게 접근해 공동 인수를 제안했고 K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씨 등은 100억원권 위조수표를 한 법무법인에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한 뒤 인수대금 보관 확인서를 받았고 이를 근거로 지난 6월17일 S사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S사가 인수 중도금을 요청하자 이들은 법무법인에 150억원권 위조수표를 예치해 이를 담보로 K씨가 지인으로부터 10억원을 빌릴 수 있게 했다.
이들은 최근 수표 진위 확인 작업이 ARS(자동응답시스템)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중시, 차명으로 ARS까지 개설했다. 실제 K씨가 보는 앞에서 차명 ARS 번호로 전화를 걸어 허위로 수표 확인을 하는 연출도 했다.
그러나 K씨는 차명 ARS번호가 해당 은행 번호와 다른 점을 수상히 여겨 의문을 제기했고 이들은 휴대폰을 받는 척하면서 밖으로 나간 뒤 그대로 도주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안태근)는 지난 7일 김씨와 박씨를 체포한데 이어 12일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서울 강남에 컨설팅회사 사무실을 차리고 고급 호텔에 장기투숙하며 재미동포 재력가로 행세했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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