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가 신자유주의 별에 도착하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조금은 엉뚱한 상상이 만화로 만들어져 나왔다. <어린왕자의 귀환> (돌베개 발행)은 청년실업과 주주자본주의, 민영화 등을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 의 틀에 빗대 풀어낸 시사만화다. 작가 김태권(35ㆍ사진)씨는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서양고전학을 공부 중인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자칭 "'어제 가스통을 주문했는데 바슐라르가 배달 왔다'는 농담을 알아 듣는 막내 세대"로, 르네상스 미술부터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까지 폭 넓게 뻗친 깔깔한 시선을 만화를 통해 표현해내고 있다. 어린왕자> 어린왕자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만화를 택하게 됐어요. 말하고 싶은 내용을 글로 쓰면 반응이 별로였죠. 1990년대 대자보 문체 같다고 할까요. 다행히 만화는 반응이 좋았습니다. 형식을 바꾸고 나니 내용도 조금씩 바뀌었어요. 일방적이었던 주장들이 만화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다채롭게 변했달까, 일종의 변증법적 과정인 셈이죠."
<어린왕자의 귀환> 에는 두 명의 어린왕자 '남수'와 '주영'이 등장한다. 김남주 시인의 이름에서 덜어 낸 한 획을 김수영 시인의 이름에 얹어 만든 두 캐릭터다. 남수와 주영은 '자본가의 별' '임금님의 별' '가로등지기의 별' 등 <어린왕자> 에 등장하는 별을 차례로 여행하며, 자유무역의 허와 실, 경영합리화의 그늘, 시장 실패 등의 문제를 얘기한다. 각 장의 뒤에는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씨의 해제가 달려 있다. 어린왕자> 어린왕자의>
"한국에서 <어린왕자> 는 이상할 정도로 '순수'의 코드로만 읽히는 것 같아요. '왜 어린 시절의 틀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사회는 그것을 옹호하는가'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만 해석하면 오히려 텍스트가 죽어버려요. <어린왕자> 의 패러디라는 형식을 작품에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인데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한국에 처음 이슈가 될 무렵이기도 하죠." 어린왕자> 어린왕자>
<어린왕자의 귀한> 은 숱한 유머 코드로 무장한 만화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비판이라는, 독자층인 10~20대가 쉬 따분하다고 느낄 주제를 담고 있다. 소통을 추구하는 작가로서 이런 사실은 벽이 아닐까. "제가 대학생 때도 X세대가 개인주의에 매몰돼 의식이 없니 하는 비난이 있었죠. 전 세대 자체의 특성을 이야기하는 담론은 대화를 거부하는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겠죠." 어린왕자의>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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