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타결' 선언 이후 무려 4개월.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막바지 답보를 면치 못했던 것은 '관세 환급'을 둘러싼 양측의 첨예한 입장 차이 때문이었다.
관세 환급이란 기업이 외국에서 부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해 이를 가공해서 만든 완제품을 수출할 경우 해당 부품 및 원자재 수입 시 물었던 관세를 돌려받는 제도다. 수출 촉진을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1974년 특별법을 제정해 도입했다.
예를 들어 A사가 휴대전화를 만들 때 중국에서 반도체 칩을 수입한다고 치자. A사는 칩을 수입할 때 수입관세를 낸다. 이렇게 가공해 만든 휴대전화를 해외에 수출할 때 정부는 칩을 수입할 때 매겼던 관세를 A사에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부품이나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의 무역구조 상 관세환급은 제품의 생산원가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인 셈이다.
관세 환급은 양측 간에 처음부터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핵심 쟁점이었다. EU측의 반대 논리는 FTA 특혜 관세에 더해 관세 환급까지 해주면 이중 혜택이 되는데다, 수출용 원자재를 우리나라에 판매한 제3국에 FTA의 이익이 전가된다는 것.
더구나 그동안 주요국과 체결한 FTA에서 관세환급 제도를 허용한 적이 없다며 환급 금지를 강력히 주장해 왔다. 실제 EU는 멕시코, 칠레 등과 맺은 FTA에서 관세 환급을 금지했다.
하지만 가공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선 관세 환급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쟁점. 더구나 중국, 일본 등 수출 경쟁국들도 관세 환급을 허용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포기할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관세 환급을 허용하지 않는 FTA는 의미가 없다"고 누누이 밝힌 것도 이 때문이었다. 우리측은 관세 환급이 세계무역기구(WTO)도 허용하는 제도인데다가 우리가 체결한 모든 FTA에서 인정 받았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관세 환급액은 2조8,000억원 가량.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EU가 12% 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3,000억원 정도가 EU 수출업체에 환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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