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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작가상 우승미 '날아라, 잡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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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작가상 우승미 '날아라, 잡상인'

입력
2009.07.1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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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 중심의 가족주의 신화는 균열이 가고 있다. 가령 최근 발표된 김이설(34)씨의 장편소설 <나쁜 피> 에서 혈연 중심의 가족은 희망이나 위안이 아닌 지독한 불행의 원천이다. 그렇다면 피를 나누지 않은 타자들의 결합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우승미(35)씨는 제33회 오늘의작가상 수상작인 첫 장편소설 <날아라, 잡상인> (민음사 발행)에서 유쾌한 어조로 이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은 개그맨 지망생이었으나 단역으로 몇 번 출연하다가 이내 방송국에서 퇴출돼 지하철 잡상인으로 나선 김철. 그는 할머니 조지아 여사와 살고 있지만 핏줄로 연결된 사이는 아니다.

조지아 여사는 아빠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철이를 임신한 그의 엄마를 거둬들였다. 철이 엄마는 통장을 들고 새 애인과 야반도주했지만 그녀는 철이를 지극 정성으로 키워왔다.

세상은 만만한 법이 아니라, 지하철 잡상인 생활로 나선 철이는 하루에 1,000원도 벌지 못할 정도로 실패를 거듭한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말 못하는 미혼모 수지가 그의 마음을 뒤흔든다.

냄새 나는 노숙인이 옆자리에 앉았지만, 무안해할까봐 자리를 뜨지 않는 착한 마음씨를 그녀는 가졌기 때문이다. 결코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철이의 가족사처럼 그녀의 가족사 역시 만만치 않다.

어릴 때 부모는 이혼했고 엄마는 스무살에 돌아가셨다. 동생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맹아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그들 남매의 집안을 휘감고 있는 웃음의 바이러스는 철이의 마음을 뒤흔들고, 결국 철이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수지에게 청혼을 한다.

통념으로 보자면 철이, 수지, 수지의 동생, 심지어 조지아 여사(그녀 역시 유복자를 낳았다)까지 등장인물들은 결코 행복한 삶의 조건을 타고나지 않은 이들이다. 그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진정으로 타자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사랑을 쏟는다. 작가 우씨는 '대안가족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성석제 소설을 방불케하는 유머로 경쾌하게 실어나른다.

"타인에 대한 배려든 사랑이든 희생이든 모두 동정과 연민의 바탕 위에 있어. 그러니까 동정이든 연민이든 사랑이든 이름만 다를 뿐 결국 다 같은 거야. 사람은 누구도 다른 사람의 위에 설 수 없어. 우리는 모두 아래에 있으니까"(180쪽)라는 표현처럼 인간의 관계맺는 방식에 관한 깊은 성찰도 작품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있다.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우씨는 유달리 깨끗한 옷을 입고 동냥하는 한 소녀를 지하철에서 마주치고 이 소설을 착상했다고 한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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