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남미, 오세아니아 등 지구촌 남반구를 강타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 등에서도 감염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겨울로 접어든 남반구에서는 확산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 달 3일 8만9,921명이던 감염자가 6일에는 9만4,512명으로 늘어나 사흘 만에 4,591명이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아르헨티나에서 898명 증가하는 등 신규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남미, 오세아니아 등 남반구 국가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아르헨티나에서 34명, 우루과이 3명, 뉴질랜드 3명 등 신규 사망자 47명의 대부분이 남반구 국가에서 나왔다. 신종플루의 최대 피해지역이 미국, 멕시코에서 남반구로 옮겨간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7일 하루에만 10명이 숨져 사망자가 70명으로 증가했다고 보건당국이 8일 밝혔다.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가 이미 80명을 넘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망자가 속출하자 전국에 보건 비상령이 내려졌고 아르헨티나로 향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잇따라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 지금까지 남미지역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는 아르헨티나,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콜롬비아, 페루, 브라질 등 7개국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이 달 들어 사흘 만에 각각 730명과 147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확산 속도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빠르며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내년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신종플루가 확산될 조짐을 보여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이 달 초 "신종플루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남반구가 겨울철 감기시즌에 접어들고 있어 확산추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북반구에서 유행한 신종플루가 남반구에서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로 변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제약회사가 백신을 대량 생산하는데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남반구 국가는 무방비 상태로 겨울을 맞고 있다.
남반구에서 신종플루가 급속히 퍼지자 미국도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WHO에 따르면 미국은 6일 기준으로 감염자 3만3,000여명에 사망자는 170명이 발생한 세계 최대 피해국가지만 최근에는 감염자 증가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신종플루가 올해 가을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신종플루 대책회의에 보낸 메시지에서 "공포심을 키울 필요는 없지만 경계태세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캐슬린 시벨리우스 미 보건장관도 이날 대책회의에서 "신종플루는 끝난 것이 아니며 여전히 확산되고 있다"며 "남반구의 신종플루 진행상황을 검토한 결과 학교가 개학하는 올 가을 또는 더 이른 시기에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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