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세계의 양심이다."
제3회 한ㆍ중 작가회의가 중국 서북부 칭하이성(靑海省) 시닝(西寧)에서 9~10일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50여명의 문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인간과 자연 화해로운 세상'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회의가 열린 칭하이성은 티베트족, 토족 등 47개 소수민족이 분포하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소수민족 거주지역이자, 평균 해발고도 3,000m 이상의 고원지대로 산맥과 협곡 등 웅대한 자연환경을 지닌 곳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자연과 문학의 관계, 다문화ㆍ다언어로 구성된 중국문학의 특수성 등에 대한 기조발표와 참가 작가들의 작품낭독회, 질의응답 등이 이어졌다.
중국측 단장으로 참석한 지디마자(吉狄馬加ㆍ48) 시인은 10일 인터뷰에서 "시인은 작품으로 다른 종교, 다른 문화, 다른 문명 사이의 소통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종교ㆍ이데올로기 등으로 말미암은 극심한 대립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민족과 문명 간의 소통과 화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의 양심'이라는 말로 소통을 위한 시인의 사명을 표현했다.
칭하이성 부성장(副省長)이기도 한 지디마자는 칭하이성, 윈난성 등에 분포돼 있는 소수민족인 이족(彛族) 출신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소수민족 시인으로 꼽힌다. 중국 소수민족 작가들의 작품은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는데, 최근 유목문화와 농경문화가 결합된 이족의 독특한 전통과 생활을 소재로 한 지디마자의 시선집 <시간> 이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번역ㆍ출간됐다. 시간>
"긴 역사와 훌륭한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 시집이 간행돼 내 시가 새 생명을 얻은 느낌"이라고 말한 그는 "이족의 정신세계를 그려내면서 인간의 보편적인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내 시작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중국을 떠받치는 중화 이데올로기의 중압감 속에서 자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작업은 소수민족 출신 작가들의 숙명이다. "이족의 생명과 죽음에 대한 생각, 인간과 자연의 관계 등이 나의 중요한 시적 주제"라는 지디마자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내 시를 통해 이족의 삶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족어와 한어, 자민족주의와 중화주의 등 문학에 있어서의 특수성과 보편성의 조화 또한 그의 중요한 화두이다. 그는 "한 시인으로서 자기 민족의 역사와 삶에도 주목해야 하지만, 시인은 세계 모든 인간들의 운명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환경파괴, 자원고갈, 핵 위협 등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을 시인들은 문학을 통해 고민해야 한다"며 말을 맺었다.
한편 이번 회의에 한국측에서는 소설가 김주영 구효서 박상우씨, 시인 박라연 김기택 안도현씨, 문학평론가 김병익 김치수 오생근 홍정선씨 등 15명의 문인들이 참석했으며, 중국측에서는 지디마자, 쓰촨성 작가협회 주석인 소설가 아라이 등 30여명이 나왔다.
시닝(중국 칭하이성)= 글·사진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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