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 판세를 가늠할 전초전으로 눈길을 끌었던 12일 도쿄(東京)도의원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승리했다. 이에 따라 자민당에서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퇴진론이 급부상하는 등 일본 정국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당 지지율에서 이미 자민당을 압도하고 있는 민주당의 정권 교체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날 도쿄도의원 선거 개표 결과 전체 127개 의석 중 민주당이 기존 34석에서 54석으로 의석을 늘리며 사상 처음 제1당이 됐다. 자민당은 48석에서 38석으로 줄어,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23석을 더해도 과반수(64석 이상)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자민당이 도쿄도의회 제1당을 뺏기기는 1965년 사회당에 패한 이후 44년만에 처음이다.
지방 선거인 도쿄도의원 선거가 주목 받는 것은 부동층 비율이 높은 수도권 여론을 통해 코 앞에 닥친 중의원 총선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례를 보더라도 도쿄도의원 선거 후 한 달 안에 중ㆍ참의원 선거가 있었던 경우 선거 결과가 거의 정비례했다. 이번 중의원 선거는 조기 총선으로 갈 경우 이르면 한 달 안에 치러지며, 현 중의원의 임기가 끝나는 9월 10일 이후로 미뤄지더라도 지금부터 3개월 후에 치러진다.
도쿄도의원 선거 패배로 자민당 내에서는 새 총재(총리) 체제로 중의원 해산 및 총선 정국을 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부상하며 당내 갈등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중견 의원은 현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자살행위’라며 공개적으로 아소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논의할 의원총회를 소집하는 서명운동을 하는 의원까지 나왔다.
하지만 아소 총리는 “도의회 선거 결과는 국정과 관련이 없다”며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사퇴하지 않을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소 총리가 당내 퇴진 압박이 거세지기 전에 서둘러 중의원을 해산해 조기 총선을 치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율에서 자민당을 2배 가까이 앞서고 있는 민주당은 이번 승리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 취임 이후 주요 지방선거에서 4연승을 기록했다. 조기 총선을 주장해온 민주당은 도쿄도의원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아소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을 경우 내각 불신임 결의안 제출 등으로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을 경우 총리 직속으로 ‘국가전략국’을 설치키로 하는 등 집권 후 구상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가 장래를 구상하고 예산의 골격을 정하는 국가전략국과 함께 소수 각료가 참여하는 ‘각료위원회’를 두어 국정 운영을 정당이 주도하도록 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또 집권 후 미일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여론을 감안해 미군 기지 이전, 방위비 분담 재검토 등 기존의 대미 정책 일부를 완화하는 외교 공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범수 특파워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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