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32)가 독일 분데스리가를 떠나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리그로 전격 이적했다.
이영표가 사우디의 명문 클럽 알힐랄과 입단 계약에 최종 사인했다고 에이전트사인 지쎈이 11일 발표했다. 이로써 이영표는 설기현(30ㆍ풀럼)에 이어 사우디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2호 선수가 됐다.
계약기간은 1년이며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영표의 연봉은 100만유로(약 17억8,000만원)로 2009~10시즌 활약에 따라 계약기간을 1년 연장할 수 있다는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표는 14일 출국해 오스트리아에서 전지훈련 중인 알힐랄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아랍어로 초승달을 뜻하는 알힐랄은 수도 리야드를 연고로 1957년 창단됐다. 2007~08시즌을 포함, 정규리그 최다인 11차례 우승을 차지한 명문 클럽으로 아시아 슈퍼컵, 아시아 클럽챔피언십에서 각각 두 번의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 왜 마음을 바꿨나
당초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계약 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구두로 합의했던 이영표가 사우디 무대로 행로를 바꾼 것은 꾸준한 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09시즌 초반 14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하는 등 실력을 인정 받았으나 부상중이었던 주전 윙백 데데가 복귀하면서 제대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 6개월간 임대 선수로 같은 팀인 알힐랄에서 뛰었던 설기현의 조언도 이영표의 중동행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영표는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끝난 직후 설기현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많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 사우디의 뜨거운 유혹
그동안 중동 리그는 기후, 언어, 음식,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달라 적응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꺼려왔다. 하지만 사우디 진출 1호 설기현의 성공적인 경험은 생각의 전환을 가져왔다. 이영표에 이어 이천수(28)도 알나스르 입단을 눈 앞에 두는 등 열사의 땅이 새로운 시장으로 뜬 것이다.
사우디의 가장 큰 유혹은 '돈'이다. 경제 한파 속에서도 '오일 머니'를 앞세워 풍부한 자금력을 자랑한다. 세금도 없다. 같은 연봉이라도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차이가 크다. 영국만 해도 선수 연봉의 40%가 넘는 세금을 뗀다.
스포츠가 유일한 오락거리인 중동에선 축구만 잘해도 영웅 대접을 받는다. 무엇보다 향후 지도자 생활을 하는 데 있어 중동리그 경험은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아시아쿼터제 도입에 따른 한국인 영입이 용이해진 점도 중동 러시를 거들고 있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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