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재차 부각됐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에서 경기부양책 규모를 산정할 때 이 정도로 경기가 악화할 것이란 예측을 못했다는 얘기가 나오더니, 한 술 더 떠 현재 미국은 2차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가세했다.
결국 금융위기 진정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컸던 투자자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린 게 주가 약세의 주 원인이다. 자신감 약화의 중심에는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는 실업률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2007년 3월 저점을 형성한 이후 계속 상승해 지난달에는 9.5%까지 치솟아 10%대가 코앞이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실업률이 10%를 넘어선 건 2차 오일쇼크 이후 더블딥 침체의 후반기였던 1982년 9월부터 83년 6월까지 딱 한 번뿐이었다. 그런 만큼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10%대의 실업률은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실업률은 경기나 주가에 후행하는 지표다. 예컨대 미국 소매판매의 경우 전년대비 증감률이 2002년 10월을 저점으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실업률은 2003년 6월에 고점을 형성했다.
미국 산업생산 증감률도 마찬가지다. 전년대비 증감률 기준으로 82년 8월, 91년 3월, 2001년 11월에 각각 저점을 형성했지만, 실업률은 82년 12월, 92년 6월, 2003년 6월에 고점을 형성했다. 실업률에 비해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1년 반이 넘는 선행성을 보였다. ISM제조업 지수 등 다른 주요지표도 실업률에 대해 선행성을 가지고 있다.
고용이 늘어나려면 기업이익이 먼저 회복돼야 한다. 돈을 벌어야 투자도 늘리고 채용도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경기침체 속에 기업들이 있는 설비도 줄이는 판이라 당장 고용의 가시적인 회복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기업이익은 구조조정이 한창 정점에 달하는 시점에서 회복되기 시작한다.
즉 경기가 한창 악화하고 있는 어느 시점에 손실이 이익으로 반전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 시점의 이익은 매출증가에 따른 이익이 아니라 비용감소에 따른 이익이다. 이렇게 기업이 수익성을 회복하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다시 투자와 고용을 늘리게 되고, 경제는 다시 선순환 사이클에 들어서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당장의 실업률 증가가 아니라 실업률에 선행하는 다른 주요 지표들의 반전 여부다. 그런 지표들로 인해 알 수 있는 것은 기업이익의 회복 시점이며, 나아가서는 향후 고용의 개선 여부와 시점이 될 것이다.
최근 국내 증시의 흐름은 글로벌 증시 대비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선전 이유는 단순하다. 세계 주요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른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기업이익도 빠르게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의 부진이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을 억제하고는 있지만, 최근 2개월 정도 조정을 받은 미국 증시가 실적 발표를 계기로 반전에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참고로 미국 증시는 실적시즌을 앞두고 오른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부담이 없는 실적시즌을 맞고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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