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전문 잡지 'SPACE'가 7월호로 통권 500호를 맞았다. 건축사무소 공간그룹 대표였던 고 김수근(1931~1986)이 1966년 11월 '공간(空間)'이라는 이름으로 창간한 지 43년 만이다. 500호에는 1호부터 500호까지의 총 목차와 주요 기사들이 담겼고, '스페이스 500, 건축 저널리즘을 다시 묻다'는 기획기사도 실렸다.
김수근과 고 장세양을 거쳐 1996년부터 공간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상림(54) 발행인은 "후련하다"는 말로 입을 뗐다. "숫자가 주는 무게와 그 켜의 축적이 갖는 압력이 생각보다 심했다"고 한다.
"공간그룹 창간(1960년) 50년과 잡지의 500호 발행을 묶은 '50-500 프로젝트'를 몇 년 전부터 준비해왔습니다. 사실 499호와 500호가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단순히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50년, 500호를 내다보고자 했습니다."
'공간'이라는 이름은 건축뿐 아니라 문화예술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공간화랑과 소극장 공간사랑을 통해 새롭고 실험적인 문화예술이 발 디딜 공간을 제공했다. 본래의 '공간' 지 역시 건축뿐 아니라 미술, 무용, 연극, 음악까지 모두 다루는 종합문화예술지로 창간돼 문화예술계의 담론 형성에 앞장섰다.
목차만 대강 ?어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작품 구입(1970년), 파란을 일으킨 홍신자의 무용 발표회(1973년), 백남준의 휘트니뮤지엄 입성(1982년) 등 다양한 분야의 기사들이 눈에 띈다.
잡지는 발간 초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지금껏 13권의 결호도 있었다. 그러나 김수근은 1975년 나온 100호에서 "등사판을 가지고 손수 긁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발행하겠다"며 열정을 보였다.
1997년 11월부터는 건축 전문지로 성격이 바뀌고, 제호도 현재의 영문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발행인은 "공간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알고 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건축 쪽에서는 예술지라고 하고, 예술 쪽에서는 건축지라고 하는 등 애매한 면이 있었습니다. 창간호를 보니 '건축, 도시, 예술'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더군요.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결심했을 뿐, 다른 장르를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이 발행인은 "문화사랑방으로서 공간의 역할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는 16년간 닫혀있던 공간화랑의 문을 다시 열었고, 공간극장의 재개관도 준비하고 있다.
영문 제호에는 보다 큰 목표가 실려있다. 2007년부터 'SPACE'는 광고를 모두 빼는 대신 모든 기사를 국ㆍ영문으로 함께 싣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배본이 이뤄지고 있으며, 2008년에는 미국의 예술인문학 학술색인 '톰슨 로이터'에 등재됐다. 이 발행인은 "현재 세계적으로 읽히는 아시아권의 건축지는 일본의 'A+U' 정도"라면서 "앞으로 발행될 'SPACE'는 세계 속의 잡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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