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과 메모지, 필기도구를 꽂은 투 포켓 셔츠 위로 받쳐입은 작업복이 양복 정장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경영자가 있다. 김석준(56ㆍ사진) 쌍용건설 회장이다. 그는 외부 인사가 방문하면 사업 현황을 직접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8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상량식(上梁式) 현장에서 만난 김 회장은 2년8개월 전 사업 수주 직전 만났을 때와 똑같이 작업복 차림으로 시공 과정에서의 소회 등을 들려줬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이렇게 난공사인줄 몰랐는데 '入'자 모양의 휘어진 호텔 골조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서부터 '저 건물 언제 무너지나'라는 말들이 들려 하루하루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보냈다"면서 "이제 힘든 과정을 끝내고 나니 해외 고급 발주처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황송한'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단계 올라선 시공 기술력을 바탕으로 호텔과 병원 등 희소성이 있고 수익률이 높은 고급 건축물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다져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고급 건축공사 발주가 많은 싱가포르에선 그 동안 쌍용건설이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가 있었지만, 최근 국내 업체는 물론 중국 업체들까지 저가 입찰 공세에 나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다"면서 "기존 아시아 건축시장 외에 중동 시장도 적극 개척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올 연말까지 25조원 규모의 발주가 예상되고 카타르와 아부다비 등에서도 발주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오일달러를 벌기 위해 사우디에서 합작투자를 추진하는 등 중동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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