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잘못을 가리는 건 이미 의미가 없어졌다. 양쪽 모두 고개를 들 자격이 없다. 프로의 자세를 상실한 구단과 선수가 '겨울 스포츠의 꽃' 프로농구판을 '막장'으로 끌고 갔다.
논란이 되고 있는 김승현(31ㆍ대구 오리온스) 연봉 문제의 배후에 1년 10억원이 넘는 이면계약서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3년 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한 김승현의 공식 연봉은 4억3,000만원. 약속된 연봉을 지급하지 않은 구단도, 1년에 10억원이 넘는 돈이 보장되니 불성실한 플레이로 일관한 선수도 할 말은 없다.
먼저 구단의 잘못을 짚어보자. 오리온스는 5년 총액 50억원이 넘는 비상식적인 계약으로 농구계의 질서를 어지럽힌 장본인이다. 1년에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지급하자니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은 김승현에게 수술과 재활의 시간을 줄 여유가 없었다.
김승현이 수술이라도 받고 시즌을 통째로 쉰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 결국 김승현이 2년 내내 허리디스크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데는 구단의 책임도 있다. 또 김승현의 FA 이면계약이 전임 단장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고 해서 계약서 자체를 무시한 현 단장의 '배째라' 식 대응 또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김승현의 불성실성은 이러한 구단의 무책임을 덮고도 남는다. 허리 통증을 핑계로 벤치 한 구석에 여유롭게 앉아있던 김승현의 통장에는 매달 1억원 가까운 돈이 꼬박꼬박 입금됐다. 그로 인해 이후 FA가 된 선수들은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동료 선수들에게도 김승현은 이미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다.
"돈만 밝히는 인간으로 보여지게 돼 상처를 받았다"고 말한 그가 실제로 요구한 돈은 10억5,000만원이었다. 초라한 퇴장의 위기에 처한 김승현, 그 역시 KBL 규정을 무시한 이면계약의 공범이었다. 그의 마지막 보루인 '민사소송' 역시 쉽지 만은 않아 보이는 이유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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