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연 나흘째 이어지는 이번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사이버 전쟁'으로 규정했다. 그만큼 심각하고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방통위의 행보를 보면 최 위원장은 '말 따로 행동 따로'라고 볼수밖에 없다. 국가 중대사가 발생하면 관계 부처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보통 하루에 서너 번씩 브리핑을 한다. 언론에 알릴 것을 빨리 알려서 국민들의 궁금증도 풀고 조속한 대응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방통위는 디도스 대란 이후 나흘 동안 하루에 브리핑 한 번이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뒷북치는 내용이 많았고 왜 그렇게 모르는 게 많은지, 이미 민간기업에서 발표한 내용 조차도 파악을 못해 관련된 질문을 하면 허둥대기 일쑤다. 심지어 관계 부처와 사전 협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수치들을 내놓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상황파악조차 관계 당국과 크게 다른 경우도 적지않았다.
한 술 더 떠 방통위는 10일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전화나 인터뷰 등 직접 취재하지 말고 공보실을 거치라고 각 언론사에 통보했다. 정보보호진흥원은 디도스 대란의 상황실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중 하나. 이유는 정보보호진흥원의 악성 코드 분석 작업을 언론이 방해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사실 정보보호진흥원은 뾰족한 답변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등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 못하고 혼선만 가중시키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방통위의 이 같은 조치는 결국 비전문가 조직에서 혼란을 초래하니 접촉을 아예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더 한심한 일도 있다. 이번 대란을 사이버 전쟁이라고 스스로 명명한 방통위 최 위원장은 부처를 비우고 관계공무원들과 함께 비행기를 탔다. 이날부터 16일까지 스웨덴과 카자흐스탄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투자와 기술 수출을 위해 사전에 계획된 출장인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백번 이해하려 해도 전쟁터 장수가 엉망진창인 부대를 비우고 자리를 뜨는 모습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최연진 경제부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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