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흐느끼는 듯 구성지게 여인의 한을 전통 가락에 얹은 노래 '칠갑산'은 1980년대 말 국민가요로 사랑받았다. 전통 가요 음반이 3만장도 나가기 힘들던 시절, 이 노래가 담긴 음반은 75만장이 팔렸을 정도다.
이 노래를 부른 주병선(43)이 8집 음반 '여덟번의 행복에 대한 고백'을 발표하고 대중 앞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초 7집을 완성하고도 발매를 포기했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컴백은 1999년 6집 '주빌리아' 이후 10년 만이다.
신보 발매에 앞서 최근 만난 주병선은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동그란 안경을 걸치고 있었지만, 예전의 모범생 이미지보다는 훨씬 밝아진 모습이었다.
"'칠갑산'은 저를 살게 해준 노래이지만, 또한 넘어야 할 큰 산이기도 했죠. 20년 동안 부르며 인기를 지속시켜준 이 노래 때문에 정작 저의 다른 음반은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했거든요."
주병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자작곡 '고인돌'로 금상을 받으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수상 후 '칠갑산'이 담긴 1집 음반을 냈는데, 이 음반의 타이틀곡 '슬픈 그림자'로 활동하던 그는 뜻하지 않게 '칠갑산'으로 대박을 떠뜨린다.
"당시 인기 프로였던 '주부가요열창'에서 지금 가수로 활동하는 진주의 어머니가 이 노래를 불러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어요. 주목을 받지 못하던 노래가 삽시간에 대중의 귀를 홀린 거죠."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설움 넘치게 국악풍의 가요를 부르는 모습은 화제가 됐고 주병선은 삽시간에 부를 거머쥐었다. "음반회사에서 매달 2,000만원 정도를 주길래 '무슨 돈인가' 했어요. 그런데 그게 전부 음반 인세더라고요. 출연료 700만원씩 하는 무대를 하루 4~5차례나 뛸 정도였죠."
주병선은 1992년 자신의 1집 음반을 냈던 반도음반에서 첫 앨범을 낸 '서태지와 아이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히트곡 '하여가'에 태평소 연주 대목을 넣은 것도 자신의 아이디어였다며 웃었다.
'칠갑산'이후 별 히트곡 없이 가요계 주변에 머물던 그를 다시 세상으로 끌어낸 사람은 드라마 음악감독 이필호. 2007년 KBS 사극 '대조영'의 타이틀곡을 맡길 가수를 찾던 이씨는 국악과 양악의 창법을 고루 쓰는 주병선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나라'라는 곡인데, 사람들이 대부분 제가 불렀다고 말하면 놀래요. 성악 창법으로 불렀기 때문에 저를 떠올리기가 힘든 거죠."
이필호가 프로듀서를 맡고 박해운, 홍진영 등 젊은 작곡가들이 참여한 주병선의 8집에는 성인가요풍의 타이틀 '아리아리요'와 '당신이 최고야' 등 6곡의 신곡을 비롯해 60인조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칠갑산' 이 실렸다.
"고교 때 성악을 배우면서 스쿨밴드에선 록을 했죠. 집에선 풍물패 상쇠이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국악에 관심을 가졌고요. 제 목소리도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앞으로 '칠갑산'을 넘는 노래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양홍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