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이 이상하다. 여름 방학을 앞둔 6, 7월은 전세시장에서는 일년 중 가장 비수기. 하지만 요즘 전세시장은 한여름 폭염 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워낙 과열되다 보니 강남의 일부 단지에서는 1개월 사이 전셋값이 무려 1억원 가까이 폭등, 매매가보다 더 많이 오르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최근 이상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곳은 서초구 반포와 송파구 잠실. 지난해 12월부터 입주에 들어간 서초동 반포자이는 총 3,400여 가구 규모의 대단지임에도 현재 20평형에서 40평형대까지 단 한 개의 전세 물건도 없다. 전세 대기 수요가 줄을 서 있어 인기 평형인 30, 40평형대는 한달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다. 올해 3월 초까지만 해도 3억2,000만~3억4,000만원 선이던 115㎡형 전셋값은 지난달 초 4억원 선으로 오르더니 지금은 5억원을 호가한다.
송파구 잠실의 재건축 단지들도 올해 들어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1억8,000만원 수준이던 109㎡형 아파트의 전셋값이 지금은 3억7,000만~4억원대로 1년 사이 2배 이상 올랐다. 인근의 J모공인중개사 사무실 관계자는 "잠실 인근에 재건축된 새 아파트가 2만여 세대가 되는 데 이중 30평대 전세 매물이 지금 단 5개뿐일 정도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외에도 개통을 앞둔 지하철 9호선 라인의 서울 강서구과 영등포구, 동작구의 전셋값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6월 한달간 서울 전세가격 변동률은 0.75%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7년과 2008년의 한해 변동률이 0.1%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가히 폭등 양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강남권의 전셋값이 최근 급등하는 것은 잠실, 반포 일대의 재건축 단지들이 모두 입주를 마치면서 전세 공급물량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잠실과 반포 대단지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신규 전세 물량이 거의 없었다. 여기에 최근 주택시장이 불안하자 집을 사기보다는 학군이나 교통이 좋은 강남으로 전세를 가는 수요자들이 늘어난 것도 수요 증가의 또 다른 이유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해 전세보증금에 소득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어 자칫 전세 대란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닥터아파트 관계자는 "최근 전셋값이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인데 정부가 전세보증금 제도까지 도입할 경우 세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져 전셋값이 더 올라갈 수 있다"며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하는 반면, 지속적인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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