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여전히 최종 타결까지는 여러 절차가 남아있다고 해도,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최종 타결안에 어떤 내용들이 담기게 될지 주요 쟁점 별로 짚어본다.
관세환급 및 원산지 기준
딜 브레이커(협상 결렬 요인)로까지 지목됐던 관세환급 문제는 '조건부 수용'으로 가닥이 잡혔다. 관세환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해왔던 EU측이 한발 물러서 현행 관세환급 제도를 계속 유지하기로 한 것. 대신 협정 발효 후 5년 뒤부터 역외산 원자재 조달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경우 해당 품목에 대해 환급하는 관세율에 상한을 설정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과도한 관세환급에 대해서는 차단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향후 '중대한 변화'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막판 쟁점이었던 완성 자동차의 원산지 기준은 역외산 부품사용 비율이 4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데 합의했다.
공산품 관세
협정 발효 후 5년 내에 한국과 EU의 공산품 관세는 대부분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 한국은 협정 발효 후 3년 내에 수입액 기준으로 공산품 관세의 92%(품목수 기준 96%)를 없애고, 5년 내에는 99.5%를 철폐하기로 했다. 순모직물 등 일부 민감품목만 예외적으로 7년까지 관세가 유지된다. 반면 EU는 예외 품목 없이 공산품 전 품목에 대해 5년 내 관세를 철폐키로 하고, 이중 93%(품목수 기준 99%)는 3년 내에 없애기로 했다. 관세 철폐 시기가 다소 늦은 우리측이 미미하나마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하는 품목은 우리측의 경우 자동차부품, 칼라TV, 냉장고, 선박 등이며, EU측은 자동차부품, 무선통신기기부품, 평판디스플레이어, 냉장고, 에어컨, VCR 등이다. 특히 자동차는 양측 모두 1,500㏄ 초과 중대형 승용차는 3년 내, 1,500㏄ 이하 소형 승용차는 5년 내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승용차 관세율이 우리나라가 8%, EU측이 10%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우리측에 다소 유리한 조건이다.
농산물 관세
가장 쟁점이 된 것은 EU로부터 수입이 많은 돼지고기 냉동 삼겹살. 줄다리기 끝에 '10년 내' 관세를 없애는 데 합의했다. 한ㆍ미 FTA에서 2014년 철폐하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5년 가량 늦춘 셈이다. 삼겹살을 제외한 나머지 냉동 돼지고기의 관세철폐 기간은 5년으로 정해졌다. 와인의 경우 한ㆍ미 FTA와 마찬가지로 즉시 철폐에 합의했고, 위스키는 3년 내 철폐 품목에 포함됐다. 우리 농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쌀, 고추, 마늘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비스 개방 등
법률, 회계, 통신, 금융 등 서비스 분야는 한ㆍ미 FTA 수준의 개방이 이뤄진다. 단 일부 통신서비스(방송용 위성전용 회선서비스)와 환경서비스(생활하수 처리서비스)는 한ㆍ미 FTA보다 개방 수준을 높였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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