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2일 전격 등원을 선언, 국회 정상화의 물꼬가 트였으나 실질적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의사일정 협의와 관련해서 여야간 입장 차이가 큰데다 미디어법 등 주요 법안에 대한 이견도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등원 결정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이후 부각된 대여전술 변화의 필요성과 지난달 23일 이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계속된 농성에 따른 누적된 피로감 등이 원인이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등원파'의 수가 '강경파'를 앞질렀고, 결국 이날 2시간이 넘는 비공개 회의 끝에 강경파로 꼽혀온 정세균 대표의 전격 입장선회로 이어졌다.
이날 회의에서 '조건없는 등원'을 강력 주장한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들이 대체로 등원에 동의했고 강경투쟁 지속이 미디어법 저지에 유리하다는 근거도 없다"며 대표 연설과 대정부질문 등을 대여투쟁에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강기정 의원 등은 "등원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49재는 민주당의 명분일 뿐 국민 입장에서는 아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막판까지 강경론이 있었지만 민주당 등원은 10일 노 전 대통령의 49재 전후로 사실상 예고됐다고 봐야 한다. 당내에 49재를 조문정국의 마무리로 보는 의견이 많았고 로텐더홀 농성을 주도한 '국민모임'과 '다시 민주주의' 소속 의원 사이에서도 미디어법 대처 등과 관련, "전술변화를 고민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에는 강경투쟁으로 미디어법 일방처리의 빌미를 주기 보다는 상임위 차원에서 저지에 총력을 다하는 게 여론몰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러나 향후 여야 협상에서는 의사일정 협의부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레바논 동명부대 파병연장 동의안 등을 처리하기 위한 '원포인트 국회'가 열리는 15일에 이른바 6월국회 회기를 조기 종료하고 16일부터 30일짜리 7월 임시국회를 다시 열자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25일 종료되는 이번 임시국회 회기를 고수하고 회기내에 미디어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때문에 민주당의 실제 등원 시기는 여야 협상 결과에 따라 가변적이고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직권상정 등을 통해 미디어법 일방처리를 강행할 경우엔 여야간 물리적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정규직법 처리를 둘러싼 갈등도 적잖은 복병으로 남아 있다.
또 민주당은 등원 결정에도 불구,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소집한 13일 상임위에는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상임위 파행이 언제 끝날지도 불투명하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여야 대표 연설과 대정부 질문을 요구할 경우, 이를 미디어법 처리를 막기 위한 지연전술로 몰아갈 태세여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이밖에 민주당이 원내ㆍ외 병행투쟁을 통한 관철을 다짐한 이명박 대통령 사과 등 5대 요구사항도 꺼지지 않은 불씨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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