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회의 성장주의와 세속화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세상의 많은 교회들은 여전히 작고, 결국 그 작은 교회들이 가난한 세상을 밝히고 있는지 모른다. <배부르리라> (좋은생각 발행)는 국내 곳곳에서 그 작은 교회들을 이끌고 있는 목회자들의 맑은 신앙과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배부르리라>
기자 출신으로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장을 지낸 이태형씨가 전국의 작은 교회 목회자 10명을 찾아 그 삶과 교회 풍경을 스케치했다. 교회가 있는 곳은 섬과 농촌처럼 지리적 특성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장애인과 도시민처럼 신도들의 특성에 따라 나눠지기도 한다. 모두 어려운 환경에서도 절망하거나 패배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꿋꿋하게 신도들의 마음 속에 등불이 된 교회들이다.
강태봉(52) 목사는 전남 고흥군 녹동항에서 출발해 소록도를 지나야 나타나는 섬 거금도의 목회자다. 그의 교회인 월포교회는 1983년 창립, 출석교인 18명, 60대 2명을 제외한 전 교인이 70세 이상, 1년 예산 800만원인 '낙후 교회'다. 신도 수로 치면 17년 전 부임할 때나 지금이나 교세는 제자리 걸음이지만, 강 목사는 어느덧 70가구가 사는 거금도 월포마을의 터줏대감이 됐다.
"학생 6명인 섬마을에도 학교가 있었다. '거룩한 낭비'였다. 그래서 섬마을 목회를 자원했다"는 것이 강 목사의 말이다. 진작부터 교세 확장은 맘조차 먹을 수 없었고, 주민들로부터 왕따만 안 당해도 다행일 상황이었다. 강 목사는 "딴 욕심 다 버리고 기도하며 주민들의 선한 이웃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그래서 '그 마을에 보건소가 있어서 좋더라' 하는 것처럼 '월포마을에 교회가 있어서 좋더라'는 말을 들으면 바랄 게 없다 싶었다"고 말했다.
결국 선한 이웃이 되자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있어야 했다. 바다에 나가 일도 배우고, 밭일도 도왔다. 마을 특산품으로 유자차 가공업도 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주민들이 같은 성씨끼리 밥을 먹다가도 "목사님 오시라고 그래. 같이 식사하게"라고 할 정도가 됐다.
책에는 이밖에도 오랜 고향친구 같은 목회자들의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1970년대 후반 먹고 살기조차도 힘들었던 전남 고흥군 매곡교회에 부임해 매주ㆍ된장사업을 일으킨 정도성(56) 목사, 국내 가정교회 개척의 선구자인 은혜와영광(GnG)교회의 방선기(58) 목사, 1980년 강원 화천군에 장애인공동체인 시골교회를 개척해 지금까지 일궈온 임락경(65) 목사 등의 이야기는 대형 개신교회에 찌든 마음을 밝게 해주는 '선물'이다.
장인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