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 영화의 공식. 절대 일등이나 실력이 막강한 선수, 팀이 주인공이 아니다. 3류에 비인기 종목이어서 누구도 관심이 없다. 대부분 가난하다. 반면 그들의 지도를 맡은 감독이나 코치는 '한때' 유명한 선수였다. 그러나 운이 없어 최고에 오르려는 순간 부상이나 라이벌의 음모로 좌절하면서 운동, 나아가 삶까지 포기하다시피 한다. 하필이면 그에게 지도를 부탁한다. 당연히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자신이 맡은 선수나 팀에 관심도, 열정도 없다. '오합지졸'로 여기며 무시할 뿐.
▦당연히 훈련다운 훈련이나 지도가 있을 리 없다. 둘 사이에 유대감이나 일체감이 생기지 않은 것도 당연하다. 감독은 간절함을 가지고 덤비는 선수에게 실력을 거론하며 기를 꺾어버린다. 아니면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으라"는 충고나 한다. 선수 역시 감독을 믿지 않는다. 어느 날 '반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도 감독과 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인간들로부터의 망신과 모멸. 이때부터 달라진다. 똘똘 뭉쳐 지옥훈련을 시작한다. 알고 보니 감독은 최고 지도자이자 인간적으로도 완벽한 '스승'이고, 제자 역시 잠재력이 엄청나다.
▦그렇다고 모든 게 순조로우냐 하면 아니다. 이번에는 각자 개인적인 아픔이나 위기가 찾아온다. 내부 갈등과 분열도 생긴다. 그때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스승과 동료들의 '사랑'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자신의 과거와 희망과 상처와 삶의 의미를 이야기 하고, 동료들은 서로 이해하고 감싼다. 그리고 그들은 최후의 승부를 맞는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 선수가 빠지거나, 부상으로 승리가 불가능해 보인다. 극적인 역전을 위한 장치다. 스포츠 영웅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 역시 전통적인 '영웅의 탄생 법칙'을 따른다. 그것이 사실이든, 허구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과 상영중인 역도를 소재로 한 <킹콩을 들다> 가 그렇고, 스키점프선수들의 이야기인 <국가대표> (30일 개봉)도 그럴 것이다. 실제 스포츠보다 스포츠영화에 사람들은 더 쉽게 감동한다. 영화는 스포츠와 인생을 하나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킹콩을 들다> 에서 주인공 박영자(조안)가 허리 부상을 딛고 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의 바벨을 들어올리게 만든 것은 옛 스승인 이지봉(이범수)의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그 자체가 인생의 금메달"이란 말이었다. 스포츠영화의 매력은 상투적이지만 이런 대리만족의 '교훈'에 있다. 킹콩을> 국가대표> 킹콩을> 우리>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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