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은행장 릴레이 인터뷰]〈3〉윤용로 기업은행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은행장 릴레이 인터뷰]〈3〉윤용로 기업은행장

입력
2009.07.10 00:48
0 0

선승구전(先勝求戰). 싸우기 전에 이미 승리한다는 뜻. 다시 말해 싸움에 나가기 앞서 승리를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춘다는 의미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치열한 금융경쟁에 임하는 전략을 이 손자병법의 문구로 대신했다. "외형을 늘리는 것도 좋고,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지금 시점에서 더 절실한 것은 은행의 질적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란 얘기다.

윤 행장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요체를 '스마트 경영'으로 집약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고객이 있다고 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기업은행은 오히려 고객이 늘어났습니다. '국책은행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지요. 우리는 이 고객들에게 최고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은행에 오래 머물도록 해야 합니다. 고객들이 피부로 와 닿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진짜 경쟁력 있는 은행이 되는 것이지요."

윤 행장은 직원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들에게 노(No)라고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물론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해줄 수는 없는 일. 하지만 미리 안 된다고 선을 긋지 말고, 어려움을 겪는 고객에게 다가가 끝까지 함께 해결해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윤 행장은 스마트 경영 실천작업의 하나로 조직문화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뉴 IBK기획팀'을 발족시켜, 공공기관(국책은행) 특유의 수동적 문화, 관행에 길들여진 문화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기업문화로 고쳐나가는데 주력해왔다.

특히 매주 각 부서 임원과 부장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은행 고위 간부들이 자기업무 영역을 넘어 은행차원의 이슈와 과제들을 공유하도록 '소통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윤 행장은 "자기 영역의 칸막이 안에 머물러선 결코 효율이 높아질 수 없다"면서 "회사 전체흐름과 시장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년 7월말에 해오던 정기인사를 한 달여 이상 앞당긴 것도 이런 맥락이다. 상반기를 마무리 짓는 시점에 인사를 조기 단행함으로써, 하반기 시작과 함께 업무공백 없이 신발끈을 조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기업은행 내에선 "은행설립 이래 이렇게 긴장감 넘치고 변화지향적인 분위기는 처음"이란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사실 기업은행의 위상은 매우 독특하다. 한편으론 국책금융기관으로서 중소기업금융을 책임져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민간은행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 한쪽 발은 국책은행쪽에, 한쪽 발은 시중은행쪽에 담그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 보니 위상설정도, 전략마련도 쉽지가 않다. 윤 행장도 "국가와 우리경제를 생각하는 공적인 자세, 시중 은행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업적 자세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기업은행의 역할은 눈부셨다. '중소기업 구하기'의 최일선에서 종횡무진 누볐고, 그 결과 수많은 고사위기의 기업들이 숨통을 트게 됐다. 위기를 통해 왜 국책은행이 필요한지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없을까. 중소기업 지원의 결과가 부실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윤 행장은 "충분히 건전성에 대한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은행 주가는 요즘 은행권에서 가장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가 지나면 '해결사'역할도 줄어드는 법. 경제가 정상화될수록 기업은행으로선 고민할 게 더 많아진다. 민영화 준비도 해야 하고, '규모의 경제'실현을 위해 M&A같은 것도 고민해야 하고, 지주회사 설립이나 보험업 진출도 생각해야 하고…. 국책 은행인 만큼 최종결정권은 정부 손에 있겠지만, 어떤 미래가 올 지에 대해 기업은행도 스스로 준비를 해야 한다.

윤 행장은 이에 대해 다시 한번 '선승구전'의 자세를 강조했다. 체력을 쌓고 경쟁력을 축적함으로써, 싸우기 전에 이미 승리를 담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윤 행장의 최근 가장 큰 관심 가운데 하나는 녹색성장이다. 여기에 기업은행의 미래가 달려 있을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어찌 되었든 미래 흐름은 어차피 녹색쪽입니다. 녹색산업과 연관된 중소기업들을 발굴하고 지원한다면 그것은 기업은행으로서도 가장 큰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