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9일 시국선언에 서명한 전교조 경기지부 소속 교사들을 관할 관청인 경기도교육청을 제쳐두고 전격적으로 직권 고발하자 양측간에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도교육청 주변에서는 "정부 핵심 교육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김상곤 교육감을 길들이려는 의도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교과부는 "도교육청이 시국선언 교사 고발을 지연시키고 있어 직권으로 고발한 것 일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사실 전국교수노조 창립 멤버 출신으로 진보성향 단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김 교육감은 취임 이후 다른 시도교육감과 뚜렷한 차별을 보여 왔다.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하면서 제동을 걸어온 측면이 강하다.
단적인 사례가 시국선언 교사들 처리 문제다. 교과부는 지난달 26일 시ㆍ도부교육감 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시국선언 교사 전원 징계 방침을 정하고 주동자는 고발조치하라고 지시했으나, 이를 이행한 다른 시ㆍ도교육청과 달리 경기도교육청은 신중모드로 일관했다.
김 교육감이 "국가공무원 및 교원노조법 위반 여부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법률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 정부 핵심 교육정책의 하나인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지정을 놓고도 양측은 갈등을 빚고 있다. 김 교육감은 학생 등록금이 일반고에 비해 2배 이상 되지 않도록 하고, 대신 법인이 재정 등 운영을 100% 책임지는 게 맞다는 소신을 피력했고, 이 때문인지 경기도 전체에서 단 1곳만 자율고 전환 신청을 낸 것으로 집계되자 교과부가 발끈했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교육감이 자율고를 반대하는 상황인데 어떤 사립고가 선뜻 자율고 전환 신청을 하겠느냐"며 김 교육감에게 화살을 돌렸다.
무료 급식을 확대하거나, 혁신학교 설립, 비평준화 지역인 안산ㆍ광명ㆍ의정부 고교 평준화 확대 등도 교과부와 이견 충돌이 빚어지는 부분이다.
교과부는 지방교육 수장인 김 교육감이 정부의 주요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고위관계자는 "다른 시도교육감은 모두 찬성하는 방안을 경기도교육감만 반대할 경우 해당 교육청은 고립될 수 밖에 없다"며 "학부모들의 불안과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도 다른 시도교육청과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소신 행보'를 굽히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마찰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교육감의 한 측근은 "정부가 교육감 권한인 지방교육까지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앞으로도 경기교육의 방향과 다른 점이 나타난다면 문제제기를 계속하는 것은 물론 정부에 대한 협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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