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고비스(47)는 올해 4월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9분이라는 자신의 최고성적을 올렸다. 새로운 훈련방법이나 청명한 날씨 때문이 아니라 실직했기 때문에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하루 12시간씩 일하던 출판회사에서 해고된 고비스는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다. 평소 달리기를 즐기던 그는 1주일에 100㎞를 뛰기로 하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에 가입, 기록을 끌어올렸다.
경제 위기로 실업자가 급증한 후 미국인의 뜀박질 기록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 전했다. 직장에서 해고돼 '해고 걱정이 없어진' 사람들이 집에 콕 박혀있기보다는 홀가분하게 운동하다 보니 기록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경주기록 사이트 애슬링크스가 아마추어 마라토너 수백만명을 조사한 결과 내년 보스턴 마라톤대회 출전자격을 얻은 사람이 지난해보다 39%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마추어 출전자들의 기록은 2007년과 2008년 하향곡선을 보이다 올해는 모든 연령대에서 급상승했다.
애슬링크스 운영자 트로이 부소트는 "고용시장이 악화한 2007, 2008년에는 사람들이 실직 걱정 때문에 운동에 전념할 수 없었지만 2008년 말과 2009년 초 대량해고로 실직이 현실이 되자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운동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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