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역에서 만나." 그 시절 우리는 툭하면 그렇게 말했다. 만날 사람에 따라 두 개의 신촌역으로 갈렸다. 그렇다. 신촌역은 두 개다. 지하철 신촌이 있고 경의선 신촌이 있다. 두 개의 역은 꽤 떨어져 있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다면 행여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아 다른 신촌역에서 기다리더라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 시절은 달랐다. 이쪽 신촌역에 서 있다가 만날 이가 오지 않으면 그제야 헐레벌떡 다른 신촌역으로 뛰었다.
지하철 신촌역 주변이 늘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던 데 반해 경의선 신촌역은 조금은 한산해서 쓸쓸해보이던 곳이었다. 몇몇 친구들의 마음이 맞아 교외로 놀러 갈 때면 그곳에 모였다. 그날 돌아올 여행인데도 전철을 타는 것과는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졌다. 그곳에서 경의선을 타고 우리가 가던 백마는 비만 오면 진흙밭이 되었다. 진흙이 더께로 붙은 신발로 역에 내려 역사 바닥에 붉은 발자국을 찍던 일이 선연한데 이제 그 신촌역은 없다.
마지막으로 신촌역을 이용했던 건 큰애가 한 살 무렵이었다. 그때 이미 백마는 재개발이 되었고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백마가 변할 때까지도 가장 늦게까지 버티고 있던 신촌 역사. 간이역 같던 역사 뒤로 대형 쇼핑몰과 화려한 민자 역사가 들어섰다. 거대한 자본주의 사이에 시공간을 초월해 날아온 타임머신처럼 신촌 역사가 서 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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