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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바디, 아로마… 와인용어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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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바디, 아로마… 와인용어 아시나요

입력
2009.07.1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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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빠져들다 보면, 관련되는 갖가지 전문용어를 접하게 된다. '바디(body)', '아로마(aroma)', '테루아(terroir)' 등 외래어여서 더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들이다. 와인을 마시는 문화는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볼 수 있지만, 과일로 술을 담가 먹는 것이라 생각하면 우리도 이미 오래 전부터 해왔던 문화다.

'바디'는 술을 한 모금 입에 물었을 때, 얼마나 걸쭉하냐를 따지는 용어다. 예를 들어 오디로 만든 술과 오미자주를 비교해 보면 쉽다. 오디로 만든 술이 걸쭉하고 끈적하게 입 안에 닿는 반면, 오미자주는 맑고 상큼하게 느껴진다.

오디술은 바디가 무겁고, 오미자주는 바디가 가볍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로마'는 그야말로 코끝에 느껴지는 향기. 와인을 공부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지만, 꼭 와인에 한정되어 쓰이지만은 않는다.

밥 지을 때 김이 오르면서 퍼지는 밥 냄새도 아로마, 귤 까먹을 때 맡을 수 있는 새콤달콤한 향기도 아로마, 장미 꽃 다발을 선물 받았을 때의 행복한 향기도 아로마다. 와인을 시음할 때 과일 향기도 나는 것 같다가, 꽃향기나 풀냄새, 포도를 숙성시킨 오크 통 같은 나무 냄새 등이 뒤섞여 느껴진다면 "이 와인은 아로마가 풍부하네요"라고 말해버리면 될 일이다.

와인 관련 용어 가운데 어느 나라 말로도 대체가 안 된다는 '테루아'는 프랑스 말이다. 와인이나 커피, 차 등의 원 재료가 되는 작물에 영향을 끼치는 토양을 의미하는데, 토양의 성분과 기후 등의 특성을 분석하여 지역적으로 묶는 일이 많다.

요즘 유행하는 '유기농 와인'은 유기농 밭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유기농 밭을 만들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땅이 겪어 온 역사(지진이나 전쟁), 그 지역의 기후 변화 등을 분석하여 땅이 최고로 청정하게 숨 쉴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데에는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걸린다고.

요즘은 더 나아가 해와 달의 뜨고 짐이 땅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 착안, 천체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땅의 기능을 강화하는 농법까지 선보이고 있다. 그렇게 자식처럼 공을 들인 밭이라면 콩이든 쌀이든 포도든 심는 족족 맛과 영양이 월등할 수밖에 없다는 가정 하에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인간이 덥석 선물처럼 받은 땅. 오랜 세월 혹사시킨 우리 땅의 '노화 방지' 대책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 "한국은 참 '땅 맛'이 좋아"라고 세계가 감탄하는 날, 우리 쌀도 술도 제 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재은,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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