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8개국(G8) 확대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 방문, 각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 다자회의를 릴레이식으로 이어가는 '광폭외교'를 벌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첫 일정으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예방, 30여분간 담소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먼저 "고(故)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 교황 명의의 장례미사를 거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김 추기경은 30여년 전 독일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이자 훌륭한 천주교 지도자"라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이 핵실험을 해 국제사회가 제재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가톨릭 교회가 남북통일과 분단국가의 화해, 한반도 안정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교황은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과 남북통일을 항상 마음에 두고 기도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교황의 한국 방문을 요청했고, 교황은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맞아 처음 방한했으며, 1989년 10월에는 세계성체대회 참석차 두 번째 방한했다. 한국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은 2002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7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이 대통령은 이어 G8 확대정상회의가 열린 라퀼라로 이동했다. 로마에서 95㎞가량 떨어진 산간도시인 라퀼라는 올 4월 진도 6.3의 지진이 발생, 200여명이 사망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진피해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회의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
이 대통령은 G8 확대정상회의 기후변화주요국회의(MEF)에서 "한국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ㆍ지능형 전력시스템)분야에서 선도국가 역할을 맡게 돼 구체적 방안을 11월까지 제시할 것"이라며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도 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우리가 스마트그리드 분야의 선도국으로 지정된 것은 IT강국이란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통령은 또 G8 회의 무역세션에서는 그간 강조해온 '스탠드 스틸'(Stand Stillㆍ보호무역 동결)과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다자 정상회의에 이어 이 대통령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5자협의 등 관련국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마ㆍ라퀼라=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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