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성당에서 여신도를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한 이른바 '묻지마 살인'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정신병력이 있는 이 용의자는 교회나 성당 신자들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범행을 저지는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최근 광주의 한 교회 인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과의 연관성도 캐고 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8일 오후 6시35분께 광산구 운남동 모 성당 마당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염모(48ㆍ여)씨의 목과 어깨 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박모(37)씨에 대해 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범행 직후 프라이드 승용차를 타고 전남 나주의 자택으로 달아났으나 범행 차량을 목격한 시민의 신고로 범행 3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박씨는 경찰에서 "4월 집을 나간 몽골인 아내를 찾아 몽골에 갔으나 아내가 성당이나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살해됐다는 말을 듣고 교회나 성당 신자들에게 반감을 갖게 됐다"고 진술했다.
6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온 박씨는 지난해 1월 몽골인 A(25)씨와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못해 지난 4월 A씨가 "몽골로 돌아가겠다"며 집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씨는 "아내를 찾겠다"며 5월 몽골까지 갔지만 만나지 못하고 귀국했다.
그러나 A씨의 출입국 기록 확인 결과, 한국 입국 후 몽골로 출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A씨 가족들이 박씨가 A씨를 찾지 않게 하기 위해 거짓으로 피살 얘기를 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 말을 믿은 박씨가 아내와의 이별을 성당이나 교회의 탓으로 돌리고 이로 인한 불만과 증오를 신도들에게 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5월 북구의 한 교회 근처에서 40대 여의사가 피살된 사건이 박씨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피살된 여의사의 경우 이번 사건처럼 목을 흉기에 찔려 숨졌고 옷차림도 청바지에 흰 블라우스로 같은데다, 범인이 타고 달아난 차량이 프라이드와 유사해 박씨의 연쇄살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박씨가 여신도를 살해한 사실을 시인하며 용서를 빌다가 "내가 그런 적 없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등 정신분열 증세를 보임에 따라 증거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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