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국내 부동산시장에 일부 과열 조짐이 있다고 판단, 적극적인 대응방침을 밝혔다. 그는 "최근 부동산시장의 변화는 경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보다 집값이 더 오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출한도 규제에 나선 금융감독 당국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부동산 과열에 대한 일종의 구두경고로 해석된다. *관련기사 17면
이 총재는 이날 정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에 3조원 이상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규모가 상당히 크다"며 "지난 2,3개월 동안 수도권 일부 지역이지만 주택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 등이 다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과 연결해 볼 때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5∼6년간 수도권 지역에서는 집값이 많이 올랐으나 (금융위기를 맞은) 작년 9월 이후 하락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크지 않았다"며 "가계부채도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거품 논란이 일 정도로 많이 오른 집값이 작년 이후 별로 떨어지지 않았는데 최근 다시 오를 기미를 보이는 것은 분명 과하다는 얘기다.
그는 다만, "앞으로 집값이 계속 상승세를 탈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외 경제가 단기간에 급속도로 회복되기 어렵다고 볼 때, 적어도 경기 상승에 따른 집값 상승압력은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향후 부동산이 과열로 치달을 경우, 중앙은행 차원에서 금리인상 등의 대응도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앞서 말한 기본인식을 토대로 이 문제에 접근 중이며 감독당국의 인식도 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설사 당국간 추가조치 논의가 있어도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총재의 발언이 부동산 과열심리에 대한 경고이자 최근 감독당국 조치에 대한 지원사격 성격으로 해석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당장 무슨 조치를 취할 상황은 아니지만 흐름이 좋지 않으니 일단 구두로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차원으로 보인다"며 "금융감독원의 대출제한 등 미시적인 조치가 효과 없을 경우, 한은이 나설 수도 있다는 지원사격의 성격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상황과 관련, 이 총재는 여전히 신중함을 유지했다. 그는 "올 2분기 성장률이 생각보다 높겠지만 이는 재정지출 등에 의한 일회성 요인이 많아 하반기에도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내년쯤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면 우리 경제도 좋아지겠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고 진단했다.
한편,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2%로 동결, 3월 이후 5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완화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말해,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빨라도 올 연말께나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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