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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도끼 받고 은도끼 내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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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도끼 받고 은도끼 내밀기?

입력
2009.07.1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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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중형조선업체의 선박 명명식에 스폰서로 나섰던 박준영 전남지사 부인이 회사측으로부터 1,000만원 상당의 금도끼를 선물받았다가 논란이 되자 뒤늦게 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박 지사의 부인 최모(58)씨는 지난해 6월20일 전남 해남의 D조선소에서 열린 17만500톤급 케이프사이즈 대형 벌크선 명명식에서 식장과 선박을 연결한 밧줄을 도끼로 끊어 육상에 있는 선박을 처음 물에 띄우는 스폰서를 맡았다.

'도끼부인'으로도 불리는 스폰서는 선주의 부인이나 딸 등이 맡는 게 관례지만 당시 선주 측이 스폰서 선정 권한을 회사 측에 넘기자 회사 측이 최씨에게 스폰서를 제의했다.

회사 측은 최씨의 스폰서 승낙을 받고 밧줄 절단 의식 때 사용할 은도끼와는 별도로 선물용 순금도끼를 추가 제작했다. 이 금도끼는 날과 자루를 포함해 23㎝ 크기로 제작비용만 1,000만원이 넘게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비서 김모(48)씨는 지난달 말 "명명식 당시 식장에서 최씨로부터 금도끼를 직접 넘겨 받아 도지사 공관에 보관했었다"며 "얼마 전 도지사 공관 직원과 함께 그 도끼를 찾아 확인했는데 금도금을 한 것인지, 순금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도끼 제작 업무를 맡았던 D조선 김모 부장도 "당시 금도끼는 전남도청 고위간부 출신의 K부사장의 지시에 따라 스폰서 선물용으로 제작돼 (최씨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두 김씨의 이 같은 증언에다, D조선이 명명식 이후 선박 제작에 필수설비인 2,000억원대의 제2도크를 전남도가 화원산업단지 내에 대행 개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 측이 로비성 선물을 건넨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그러나 김씨와 김 부장은 며칠 새 자신들의 말을 갑자기 뒤집어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김씨는 이달 초 "금도끼를 받았다는 얘기는 모두 내가 꾸며낸 말이었다"며 "명명식이 끝나고 일주일쯤 뒤에 회사 측에서 행사 때 사용한 은도끼를 보내왔을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김 부장도 "최씨 측에 전달된 줄 알았던 금도끼가 사무실 캐비닛에 있더라"며 "당시 금도끼를 만든 것도 스폰서 선물용이 아니라 회사 전시용이었다"고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특히 김 부장은 사무실에 있다던 금도끼의 공개를 줄곧 거부하다가 김씨가 말을 뒤집자마자 공개했고, 최씨 측도 금도끼가 공개된 후에야 "당시 D조선으로부터 받은 것이 금도끼인지 은도끼인지 정확하지 않아 최근 찾아서 확인해 보니 은도끼였다"고 해명했다.

최씨 측이 고가의 금도끼 선물을 둘러싼 도덕성 시비 등을 우려해 D조선 측과 도끼를 바꿔치기 한 뒤 처음부터 은도끼를 받은 것으로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D조선이 제안한 제2도크 대행개발이 무산된 것과 도끼 바꿔치기 의혹 사이에 모종의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D조선은 명명식 3개월 후 전남도에 '전남개발공사가 회사채를 발행해 제2도크 개발을 대행하고 향후 D조선이 이를 분양 받는다'는 방안을 제안했다.

도는 이에 따라 전남개발공사의 제2도크 건설 참여를 적극 검토했지만 특혜시비가 제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없던 일'로 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지난해 D조선의 제2도크 대행개발을 검토했던 것은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며 "선박 명명식 스폰서 참석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무안=안경호 기자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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