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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한미 FTA, 포드 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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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한미 FTA, 포드 차에 달렸다

입력
2009.07.1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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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어렵겠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의회 비준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정책 관련 고위직 인선이 완료됨에 따라 그 동안 미뤘던 한미 FTA 비준 논의가 미 행정부 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한 최근 미국의 분위기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호적인 발언이 늘고 있고, 쇠고기 문제는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으나, 미 의회는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쇠고기시장 더 이상 문제 안돼

통상 관련 고위 인사들은 한미 FTA 비준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비롯한 각료들은 의회 인준 때도 굽히지 않았던 한미 FTA '불가론'을 실무 책임을 맡으면서 '조기 비준'으로 입장을 바꿨다. 정치인에서 행정 실무책임자로 신분이 바뀌면서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확대를 통상현안으로 제기했으나, 최근에는 행정부는 물론 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실적이 저조하고 미국산 쇠고기 대부분이 30개월 이하인데, 굳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개방을 요구할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 축산업계가 나서서 의회와 행정부에 쇠고기 문제를 한국에 대해 제기하지 말도록 요청했다.

한미 FTA에 대한 의회의 기류는 여전히 냉랭하다.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GM이 파산절차를 밟고 있고, 아직도 금융위기 여파가 강해 보호무역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의회를 지배하고 있다. 이른바 '굿 GM'으로 탈바꿈하더라도 미 정치권은 한미 FTA에서 자동차 관련 내용을 불만사항으로 제기할 것이다.

자동차 빅3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포드(Ford)사가 향후 한미 FTA 비준의 키를 잡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자회사 GM대우를 두고 있는 GM과 달리 우리와 경쟁해야 하는 포드사는 정부로부터 금융지원을 더 받아내기 위해서라도 한미 FTA 반대입장을 강화할 것이고 미 의회도 포드의 입장을 대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정국이 형성될 것이므로 비준 논의가 더 어려워 질 것이다. 따라서 금년 말부터 내년 상반기가 한미 FTA 비준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시기이므로 미국측과의 긴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우리 국회의 비준처리가 가을 중에 이뤄져야 한다. 우리의 비준처리가 미 의회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렵지만, 최소한 미국 내 FTA 지지자들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쇠고기 사례에서 보듯, 미 의회를 움직이는 데는 기업인들이 많은 역할을 한다. 우리 재계 및 통상 관련 협회들이 미국측과 협조하여 의회 분위기를 바꿔야 할 것이다. 어느 나라든 선거철에 의원들은 지역 민원을 챙길 수 밖에 없고, 미 대통령도 반대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지역 민원을 활용할 수 있다.

우리 국회비준 먼저 처리해야

나아가 한미 FTA의 외교안보적 가치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이 서명한 국제협약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미국이 감내해야 할 손실과,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한미 FTA의 진정한 가치를 미 정치권에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과의 FTA는 금융위기 여파로 좁아진 수출 길을 트는데 긴요하며, 우리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확대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 국회는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이러한 한미 FTA를 정치적으로만 이용하고 있다. 올 가을에는 우리 국회가 한미 FTA를 비준하고, 의원 외교를 통해 미 의회 설득에 나서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정석물류통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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