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8개국(G8) 정상들과 17개 주요 오염 물질 발생국 대표들이 8일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산업화시대 이전보다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오르는 것을 억제키로 합의했다. 산업화 이전 시기란 지금으로부터 약 1세기 이전을 의미하는데 현재 지구 온도는 당시보다 0.7도 높다. 2도는 당초 유럽연합(EU)이 1996년 합의했던 목표치로 이후 많은 환경단체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그간 지구온난화 해결의 고질적 걸림돌이었던 두 가지 갈등이 그대로 재연됐다. 하나는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신흥국과 선진국 간 의견 차이며 또 하나는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모호한 태도다.
이번 회의는 2012년으로 만료되는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국제 협약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유엔기후변화협약 체결을 위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회의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흥국과 선진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안과 80% 감축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80%까지 감축하고 나머지 국가들도 50%까지 감축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G8 회원국인 러시아가 경제 문제를 들어 반대했고 중국, 인도는 50% 감축안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신흥국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 기후 관련 협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협상 대표 알카디 드보르코비치도 "중국과 인도가 동의하지 않으면 논의에 더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요 신흥국은 9일(현지시간) 모여 대처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인도 대표는 로이터통신에 "부자 나라들이 홍수, 폭풍, 해수면 상승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신흥국의 피해 극복을 지원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외형상 이번 회의는 미국의 호응을 얻은 듯 하다. 청정에너지법이 지난달 미국 의회를 통과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정부보다 기후변화 대처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교토의정서 탈퇴를 강행할 정도로 온실가스 규제에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미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모호하다.
NYT는 "미국은 환경정책에 관한 상반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장기적 감축 목표에는 유럽 국가들과 뜻을 같이 하나 단기 목표 설정에는 반대하며, 완화된 목표 마련을 위해 중국과 외교적 접촉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진국 간에도 미묘한 견해차가 있다. 유럽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 기준을 교토의정서가 정한 1990년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 일본은 2005년을 내세우고 있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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